KGC, 두 번의 '미친 플레이'...천당과 지옥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3.25 07: 46

안양 KGC인삼공사가 두 번의 미친 플레이를 보였다. 하지만 전반전과 후반전은 전혀 다른 미친 플레이였다.
24일 경기 전 이상범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우리쪽에서 한 명이 미친다면 수월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한 명의 선수만 예상 외의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2차전 승리를 손쉽게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단기전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보다 한 명의 미친 선수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의 예상은 빗겨났다. 수월하게 경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단 한 명의 미친 선수 때문은 아니었다. 한 명의 선수가 미친 것이 아니라, 투입된 모든 선수들이 미친 듯한 플레이를 펼쳐 오리온스를 손쉽게 물리칠 수 있었던 것. 물론 미친 듯한 플레이는 경기 내내가 아니라 전반전에 한정됐다. 하지만 선수 전원이 미친 덕분에 경기의 향방은 20분만에 가려지는 듯 했다.

KGC 선수들의 미친듯한 플레이는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았다. 김태술의 체력 보전을 위해 투입된 김윤태는 1쿼터에만 3점포 2개를 터트렸다. 양희종은 5번의 자유투 중 4개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등 1쿼터에 6점을 넣었다. 1쿼터에 투입된 7명의 선수 중 점수를 올리지 못한 선수는 1분 44초만 뛴 김태술밖에 없었다. 수비에서는 7명의 선수 중 김윤태와 김태술을 제외한 5명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오리온스의 리바운드가 리온 윌리엄스(1쿼터 8개 중 7개 기록)에 집중된 것과는 달랐다.
1쿼터에 점수 차를 25-21로 벌린 KGC는 2쿼터에 더욱 기세가 올랐다. 모든 선수가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모습은 여전했고, 조직적인 플레이는 더욱 짜임새를 갖췄다. 특히 3점슛은 순도가 높아졌다. 3점슛 6개를 던진 KGC는 5개를 림에 넣었다. 2쿼터에 투입된 김성철은 3점슛 2개를 넣어 오리온스 기를 꺾는데 한 몫 했다.
하지만 3쿼터부터 KGC는 전반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반전까지 18점을 앞서던 KGC는 경기 막판 3점 차까지 추격을 당했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직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말도 안되는 경기를 했다. 프로라고 하면 이런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이게 프로로서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맞는지..."라며 승리의 기쁨을 표하지 않고 선수들의 정신자세를 질책하는데 바빴다.
그런 점에서 후반전도 미친 플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전에 보여준 박수받을 만한 미친 플레이가 아닌 비난과 질타를 받을 미친 플레이였다. 이 때문에 KGC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간신히 경기 종료 직전의 득점과 오리온스의 공격을 잇달아 막아 77-7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상처밖에 남지 않은 승리였다. 특히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김태술이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3차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이상범 감독은 "태술이의 발목이 좋지 않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정확한 상태를 알 것 같다. 얼마나 우리가 손해인지 모르겠다. 그대로 끝났으면 정상적인 상태로 3차전을 했을 거다. 하지만 분위기는 넘겨주고 팀 에이스는 부상까지 당한 상태로 경기를 하게 됐다. 공격에서의 키를 갖고 있는 태술이가 뛰지 못하면, (이)정현이에게 짐이 더 가게 된다. 그런 점이 아쉽다"며 후반 20분 동안의 부정적인 미친 플레이가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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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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