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의 반쪽 성공, 진부한 한국사극 숙제 남겼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26 07: 24

MBC 월화드라마 ‘마의’가 이병훈 PD의 사극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동시에 지지부진한 전개로 젊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아쉬운 반쪽짜리 성공이다.
‘마의’가 지난 25일 50회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 해 10월 1일 첫 방송된 후 무려 6개월 동안 안방극장을 찾았다. 예상대로 백광현(조승우 분)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어의로 성장했다. 사랑하는 강지녕(이요원 분)과의 사랑도 지킨 것도 물론이었다.
‘마의’는 천민의 신분으로 마의(馬醫)에서 출발해 어의(御醫) 자리까지 올랐던 실존인물 백광현(白光炫)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심오한 의학세계를 다루는 한방 의학 드라마를 표방했다. 이병훈 PD의 주특기인 한방의학을 다뤘으니 기대도 높았다.

이 드라마는 ‘상도’, ‘허준’, ‘대장금’, ‘동이’, ‘이산’ 등으로 이어지는 이 PD표 사극의 공식을 충실히 했다. 이 PD는 유독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사랑했다. 여기에 흡인력이 있는 권선징악에 대한 애착은 도드라졌다.
이 PD의 사극은 악인을 물리친 영웅의 성공 이야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덕분에 결말은 짜릿했고 시청률도 높았다. ‘마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후반부에는 지지부진한 전개로 SBS ‘야왕’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그래도 30주가 넘는 기간 동안 동시간대 1위를 달성하는 위엄을 달성한 것은 놓칠 수 없는 대업이다.
 
지상파 3사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넘는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로 시청률 파이가 줄어들었다. ‘마의’가 첫 달을 제외하고 5개월 동안 꾸준히 10% 중후반을 기록한 것은 박수 받을 만 하다.
결과적으로 시청률은 웃었다. 주 타깃층인 중장년층을 사로잡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6개월은 이병훈 PD 작품의 전세대를 아우르는 소구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루하고 예상 가능한 전개는 젊은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경쟁작이었던 KBS 2TV ‘학교 2013’이나 ‘야왕’에 비해 젊은 시청자들이 응집하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화제성이 극심하게 낮았다. 시청률 20%대를 안정적으로 기록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위기와 극복이라는 체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이야기는 젊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긴 어려웠다. 진부하기 그지없는 권선징악과 수백 번도 더 본 성공 이야기를 내세웠던 까닭이다.
이 PD는 ‘대장금’을 통해 한류열풍을 이끌었다. 한국 사극의 시청률 불패신화를 이룩한 장본인이다. 그런 이 PD가 젊은 시청자들을 품지 못하고 중장년층만 안고 가는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의’는 안방극장을 떠났다.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이 PD의 신작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PD가 연출한 ‘마의’는 이 PD 뿐만 아니라 성공 이야기에 집착하는 한국 사극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한편 ‘마의’ 후속으로는 반인반수로 태어난 최강치가 인간이 되기 위해 좌충우돌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는 ‘구가의 서’가 다음 달 8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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