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시범경기에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여러 이슈들 중 선두 KIA의 놀라운 약진과 최하위 삼성을 비롯한 몇몇 팀들의 상대적 부진도 많은 얘기를 양산해냈지만, 베일에 가려진 전력을 안고 등장한 신생 팀 NC 다이노스의 실체와 선전여부는 사실 모든 이들의 관심사이자 호기심 대상이었다.
지난 2012년 퓨처스리그 남부와 북부 11개 팀을 통틀어 60승 35패 5무를 기록하며 승률 전체 1위(.632)에 올랐을 만큼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NC. 하지만 잘 짜여진 기존 1군 팀들을 상대로 치러야 하는 일전은 차원이 전혀 다른 경기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NC의 경기력과 성적은 단연 궁금증 1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치러진 시범경기에서 NC는 관계자들과 팬들로부터 매우 우호적인 평가표를 받아 들었다. 총 12경기에서 5승 6패 1무를 거둔 NC의 승률은 4할5푼5리. 최종순위는 중위권에 해당되는 5위(공동)였다.

신생 팀 NC는 물론 리그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도 순위를 떠나 4할 언저리의 승률유지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데,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잘 준비된 팀이라는 인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타진했다는 점에서 일단 NC의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아 보인다.
과거 신생 팀이 첫 선을 보였던 1986년과 1991년, 빙그레와 쌍방울의 각각의 시범경기 성적은 2승 1패와 5승 1패였다. 경기수가 몇 경기 안되었지만 승률로는 두 팀 모두 1위였다. 물론 정규리그에 들어가 예상대로 빙그레는 2할대의 승률로 7개 팀 중 꼴찌, 쌍방울은 4할대의 승률로 하위권인 공동 6위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역대 신생 팀들의 시범경기 성적은 하나같이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시범경기 성적은 시즌 성적을 예상해보는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단지 죽은 통계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단일리그로 시즌을 치르기 시작한 2001년 이후의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시범경기와 정규리그 성적의 상호 연관성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시범경기는 이기고 지는 승패의 결과가 그다지 중요한 경기가 아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겨우내 갈고 닦은 전력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선수들의 개인 역량을 개막전에 맞춰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예열을 목적으로 치러지는 경기다.
성격이 이렇다 보니 시범경기에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도 정규리그 참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시범경기에서 죽을 쑤고도 본 경기에 들어가서는 훨훨 나는 팀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쯤에서 당연 궁금한 것은 그 확률일 터.
2001년 이후 지난 12년간 시범경기 승률 3할을 밑돌았던 팀이 그 해 4강권에 진출한 횟수는 단 3번이었다. 2005년 두산, 2006년 한화 그리고 2012년 롯데가 저조한 시범경기 승률 1~2할대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바 있었다. 그 외의 팀들은 모두 탈락.
승률에 관계없이 시범경기 최하위 팀들의 정규리그 순위는 어떠했을까? 앞서 말한 2005년(두산)과 2006년(한화), 2012년(롯데) 외에 2011년 SK가 시범경기 꼴찌였지만 그 해에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 밖에 시범경기 역대 최하위 팀들인 롯데(2001, 2003~2004년), SK(2002년), LG(2007년), 우리(2008년), 삼성(2009년), 한화(2010년)는 모두 정규리그에서도 쓴 잔을 마셨다. 확률로 따지자면 시범경기 꼴찌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12분의 4로 33%였다.
역으로 시범경기 1위 팀들의 정규리그 성적은 어떤 결과로 이어져 나타났을까? 역대 시범경기 승률 1위를 기록하고도 그 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횟수는 총 3번이었다. 2005년 롯데, 2006년 LG 그리고 2008년 KIA였다. 역시 확률로 계산하자면 시범경기 1위 팀의 그 해 4강 진출 가능성은 12분의 9로 75%다.
참고로 역대 시범경기 꼴찌가 한국시리즈에 오른 것은 2005년(두산), 2006년(한화), 2011년(SK) 3차례였지만 우승으로까지 연결된 적은 없었다. 반면 시범경기 1위 팀이 그 해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것은 모두 4번으로 2002년 삼성이 1번, SK가 총 3번(2003, 2007, 2012년)에 걸쳐 한국시리즈에 올랐는데, 우승으로까지 이어진 적은 2002년과 2007년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시범경기 성적은 정규리그 성적의 바로미터는 아니었다. 그러나 또한 전적으로 무시해도 좋을 만큼의 터무니 없는 통계도 아니었다. 33%와 75%라는 확률에서 보듯 엄연히 시범경기에서 약진한 팀과 부진을 보인 팀의 정규리그 성적 연관성은 어느 정도 신빙성 실린 근거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2013년 시범경기 동안 개막기념 설문조사에서 신생 팀 NC의 예상순위를 묻는 질문에 꼴찌를 예상한 사람보다 8위를 예상한 사람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시범경기 동안 팀 투수력의 중심축을 형성해왔던 류현진, 박찬호, 양훈의 빈자리를 끝내 메우지 못한 한화(4승 7패 1무)와 탄탄한 실력을 보여준 NC의 아담, 찰리, 에릭(일명 ACE 3인방) 외국인 투수라인의 극명한 전력대비가 팬들에게 깊은 각인을 심어준 모양이다.
아울러 지난 시즌 말미에 보여준 자원 풍부한 투수력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김상현, 이범호, 최희섭 등 중심타자들의 복귀와 FA영입(김주찬)으로 공수균형을 완벽히 맞춘 시범경기 1위 팀 KIA의 비상(9승 2패)과 지난해 우승 팀 삼성의 낮은 포복(2승 6패 3무)도 주의 깊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제 막 저울질을 마친 각 팀들의 시범경기 성적표가 정규리그 순위와 어떤 연관성을 보여줄는지. 약진 또는 부진으로 주목을 끈 팀들의 올 시즌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