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웜 바디스'(조나단 레빈 감독, 14일 개봉)가 1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좀비로맨스'란 독특한 성격의 이 장르의 영화는 기존 좀비물 팬들 뿐 아니라 로코(로맨틱코미디)팬들까지 흡수하고 나섰다.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77일간 이어진 한국영화의 강세를 막아선 '웜 바디스'는 25일까지 총 94만 6399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 1월부터 100만명을 넘긴 외화는 '레미제라블'(590만여명), '라이프 오브 파이'(160만여명), '다이하드:굿데이 투다이'(143만여명), 단 세 작품이다.
이들이 모두 큰 제작비와 스케일, 유명 배우의 캐스팅을 자랑하는 화제작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웜바디스'의 선전은 이례적으로 돋보인다. 영국배우 니콜라스 홀트가 할리우드 유망주이긴 하나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고, 감독 역시 '50/50'으로 국내팬들에게 알려졌지만 유명 감독은 아니란 점, 장르 역시 실험성 강한 좀비로맨스라는 것 등의 약점을 넘고 흥행에 성공했다. 약 3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꽤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의 선전은 지난 해 부터 강세를 보인 한국 멜로-로맨틱코미디의 팬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데 있다. '사랑에 빠진 좀비'라는 신선한 설정의 이 영화는 사실 좀비물이라기 보다는 멜로에 가깝다. 등장 인물들의 이름에서부터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쥴리엣'을 대놓고 오마주하는 이 영화에서 좀비는 사회의 비주류, 소위 말하는 '루저' 남성의 사랑 쟁취기라고도 읽을 수 있다. 그 만큼 좀비란 캐릭터를 이용한 한 편의 말랑말랑한 멜로물이다. 여기에 고전 컬트를 재치있게 패러디한 영리함이 가미됐다.
그렇기에 평소 좀비물에 거리감이 있었던 관객들의 편견을 뒤집고 관람 형태도 친구, 커플끼리의 발길이 활발하다. 실제로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로코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반응이 뜨겁다. 그렇기에 '좀비물인 줄 알고 보러갔더니 로맨스물이더라'는 반응도 속속 보인다. 마이애미 해럴드는 "좀비의 시점으로 그려진 최고의 로맨틱코미디"라 전했고, 뉴욕 타임즈는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귀엽고 재미있는 로맨스 코미디"라고, '버라이어티'는 "삶과 죽음을 유쾌하게 장르적으로 비틀다. 여성들이 환호할 영화"란 평을 내놓았다. 장기 흥행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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