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복덩이라고들 한다. 외조를 잘해준다".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남편 자랑도 그에 해당할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대기만성' 임영희(33, 우리은행)를 만든 외조의 달인이라면, 충분히 자랑할만도 하다.
WKBL 정규시즌 MVP에 선정된 임영희(33, 우리은행)는 후배들을 향한 마음이 담긴 바람을 전했다. 임영희는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그랜드 볼룸 호텔에서 열린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96표 중 90표를 받아 압도적으로 MVP에 선정된 임영희는 500만 원의 상금과 트로피를 받았다.

올 시즌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활약으로 7년 만의 통합우승을 이끈 임영희는 우리은행 우승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플레이로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고 그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온 만큼, 임영희에게 있어 이번 시즌은 그의 말마따나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듯하다.
임영희는 이날 MVP 수상 후 인터뷰 자리에서 남편 유재선씨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야투상 수상 때 '깜빡'하고 남편 이야기를 잊은 임영희가 MVP 수상 때 "내게 많은 힘이 되어주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한 것이 계기였다. 동료들이 모두 부러워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남편 이야기를 묻자 임영희는 발그레한 얼굴로 "다들 남편이 복덩이라고 한다"며 자랑을 시작했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농구하다보면 집에 가지 못할 때가 많고, 갈 수 있어도 피곤해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도 다 이해해준다"는 임영희는 "집안일 해야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밥도 해주고 청소도 해준다. 내게 맞춰주는 점이 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임영희가 농구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외조로 그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특히 임영희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청소까지 다 해놓고 기다린다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외조의 달인'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마음고생 끝에 챔피언결정전과 정규시즌 MVP를 모두 거머쥐며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임영희를 만든 남편의 김치찌개 외조. 대기만성 임영희가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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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