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을 잡을 듯 험악한 분위기에 관중석에서는 물병까지 날아들었다. 승점 3점을 반드시 따내야하는 상황의 한국과 어떻게든 승점을 챙겨 돌아가려는 카타르의 경기는 신경질적인 분위기 속 '일촉즉발' 그 자체였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카타르와 경기서 후반 45분 터진 손흥민의 극적 결승골에 힘입어 짜릿한 2-1 승리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3승 1무 1패(승점 10)가 되며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우즈베키스탄(2승 2무 1패, 승점 8)에 앞서 다시 조 1위로 올라섰다.
힘겹게 얻어낸 승점 3점이었다. 후반 15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앞서가는 듯 하더니 3분 만에 카타르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지속적인 파상공세를 펼치며 기회를 만들었지만 상대의 두터운 밀집수비에 가로막혀 좀처럼 시원하게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초조한 가운데 시간만 흐르면서 두 팀의 분위기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시작부터 초지일관의 자세로 계속된 카타르의 '침대축구'도 날선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승리를 노리겠다던 카타르는 경기 시작과 함께 그대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웠다. 전반 3분 이근호가 문전을 파고들때 카타르 골키퍼가 직접적인 부딪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져 기절한 '연기'를 펼친 것이 시작이었다.
카타르의 침대축구는 계속됐다. 한국이 역습을 펼치던 전반 33분 카타르 공격수 소리아노가 갑작스럽게 넘어졌다. 아무도 방해하는 선수가 없는 가운데서도 그라운드에 벌렁 누워 버렸다. 후반에도 연달아 넘어지고 누워 경기를 지연시킨 카타르는 한국에 시비까지 걸며 더티하게 나왔다. 한국 선수들도 욱하는 모습이었다.
후반 41분 하미드 이스마일이 손흥민에게 거친 태클로 파울을 범하며 선수들간 몸싸움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뒤에서 거칠게 들어온 태클에 손흥민이 반응하자 카타르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국 선수들도 카타르 선수들에 맞서 몸싸움을 벌였다. 상대 웨삼 리지크와 기성용이 나란히 옐로카드를 받으며 상황은 정리됐지만, 이후 카타르 수비수가 정인환과 다시 한 번 부딪히며 '침대축구'를 구사하자 이번에는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침대축구의 촌극에 분노한 팬의 물병투척이었다.

침대축구에 조그만 충돌에도 빌미를 삼아 한국 선수들에게 시비를 걸어댄 카타르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더티했다. 하지만 인과응보였을까. 카타르는 후반 추가시간 터진 손흥민의 극적 결승골에 의해 제대로 철퇴를 맞고 승리는커녕 승점도 없이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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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