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내가 아웃을 당하더라도 동료를 진루시키기 위해 희생번트를 대기도 하고, 수비를 할 때는 공이 날아오지 않더라도 혹시나 모를 악송구에 대비해 끊임없이 백업하기 위해 뛰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다른 팀 선수와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팀 내에서도 포지션 경쟁은 치열하다. 동일 포지션에서 한 명이 떠오르면 나머지 선수들은 자연히 출장의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야구장은 적자생존의 원칙이 철저히 통용되는 정글과도 같다. 강한 자는 1군에서 출장기회가 늘어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으며, 약한 자는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2군에 밀려 버린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25)을 성장시킨 원동력은 위기의식과 경쟁심이다. 3년 연속 타율 3할, 국가대표 출전 등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안도할 수 있지만 "감독님도 바뀌었고 항상 난 위기라고 느낀다. 단 한 번도 우익수가 나만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말한다.
롯데는 지난 23일 선수들이 스포츠 심리 상담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역도와 사격, 양궁 등 숱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상담을 맡아 온 체육과학원 김병현 박사는 롯데 선수들에게 "많은 생각보다는 무조건 하나에만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자리에서 김 박사는 진종오(34,KT)의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고 한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진종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합 3개의 금메달을 딴 대한민국 사격의 간판이다.
국가대표 사격선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김 박사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 그리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을 설명했는데 강의가 끝난 뒤 진종오가 찾아와 "나만의 비법인 줄 알았던 것들을 말씀 하셔서 가슴이 뜨끔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손아섭 역시 진종오와 같은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박사님이 하나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하시자 '큰일이다.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한 비법을 이제 다 알겠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떻든 항상 긴장하고 노력하는 것이 손아섭이다.
그렇다면 롯데 선수들은 김 박사의 강의에 어떤 반응이었을까. 손아섭은 웃으며 "많이들 집중해서 듣더라. 근데 몇 명은 핸드폰을 만지고 딴 짓을 하더라. 그거 보면서 솔직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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