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달은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 향후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서 고양 오리온스에 74-78로 석패했다. 지난 2차전서 오른 발목 부상을 입은 주전 포인트 가드 김태술의 부재가 실로 뼈아팠다.
김태술이 빠진 KGC는 1, 2차전과는 다르게 어딘가 모르게 엉성한 모습이 역력했다. 김태술의 백업 가드 김윤태와 슈팅 가드 이정현을 내세웠지만 신통치 않았다. 설상가상 팀의 주포 노릇과 리딩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할 이정현이 4쿼터 초반 발목을 접질리며 코트를 빠져나갔다. KGC는 3쿼터 한때 14점을 뒤졌던 경기를 박빙의 안갯속 승부로 끌고 갔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반면 전태풍은 라이벌이 없는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오리온스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물 만난 고기마냥 코트를 뛰어다닌 끝에 전반에만 7점 9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총 16점 12어시스트, 3스틸를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내내 부상 악재로 홍역을 앓고 있는 KGC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패배였다. 코트를 진두지휘해야 할 김태술의 갑작스런 부상 결장은 실로 큰 타격이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 주역이었던 센터 오세근(신인왕, 챔프전 MVP)을 비롯해 김일두 김민욱 등 정규리그 때부터 부상으로 곤욕을 치른 이들은 차치하더라도 중요한 순간 김태술과 이정현의 부재는 뼈아팠다.
전태풍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태술이는 좋은 선수다. 하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반면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태술이가 부상으로 안나와 이득을 얻은 부분이 있었다. 태풍이의 픽앤롤이 잘 된것은 태술이의 결장이 컸다"고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이날 KGC의 경기력은 김태술이 뛰었던 1, 2차전보다 안좋았고, 전태풍의 경기력은 좋았다.
이상범 KGC 감독도 "체력 소모와 부상자가 생겨 고민"이라며 "태술이와 정현이의 부상 여파가 있어서 다음 경기가 걱정이다.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부상으로)시련이 많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4차전의 향방은 부상자들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술과 이정현의 몸 상태와 출전 시간에 따라 KGC와 오리온스의 시리즈 향방이 갈릴 수 있다. 둘은 둘도 없는 KGC의 포인트 가드와 슈팅 가드다. 이 감독은 "정현이는 발목을 접질려 상태를 봐야 한다. 김태술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붓기가 남아 있어 안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드인데 내 욕심 채우자고 진통제를 맞고 내보낼 수는 없다"고 김태술을 무리해서 출전시키지 않을 것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스윕에 실패한 KGC는 분명히 체력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올 시즌 타 팀보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던 KGC. 이날 승리했다면 내달 1일 열리는 서울 SK와 4강 PO 1차전까지 5일을 쉴 수 있었다. 많이 뛰어 지쳐 있는 KGC에 둘 도 없는 보양식이었을 테고, 김태술과 이정현도 한결 나은 몸으로 4강 PO무대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패배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이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3전 전승-조기 4강 PO 진출' 최상의 시나리오는 물 건너 갔다. 지금으로서는 4차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3일을 쉬고 SK와 자웅을 겨룰 수 있다. 혹여 오는 30일 열리는 5차전까지 간다면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31일 단 하루를 쉬고 SK 원정길에 나서야 한다. 챔프행이 난망한 이유다.
KGC와 오리온스의 6강 PO 4차전은 오는 28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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