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는 “개막 엔트리 진입이 목표”라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그 목표 이상의 중책이 주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가장 큰 적이었던 ‘두려움’을 떨쳐내고 전진 중인 한동민(24, SK)이 SK 타선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동민의 이름 석 자를 아는 팬들은 많지 않았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SK 유니폼을 입었으나 지명순위(9라운드 전체 85번)가 낮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한 탓이다. 1군에서도 7경기에서 7번의 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존재감이 미비했다. 그러나 몇 달 만에 상황은 확 바뀌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SK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된 모습이다. 가파른 성장세를 느낄 수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야수 세대교체의 주역 중 하나로 한동민을 지목했다. 전지훈련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팀의 기대치를 키웠다. 플로리다 1차 캠프부터 예사롭지 않은 방망이를 선보이더니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팀 주축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습경기 11경기에서 타율 3할6리, 11안타, 6타점, 1홈런을 기록했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했지만 타점은 팀 내 최다였고 안타수도 이명기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승세는 시범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이만수 감독의 신임 하에 꾸준히 중심타선에 위치하며 1군 연착륙 가능성을 높였다. 성적은 11경기에서 타율 2할7푼5리(40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 장타율 5할2푼5리였다. 타점은 시범경기 전체 1위다. 장타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시범경기 막판 홈런 2개를 몰아치며 세간의 시선을 바꿔놨다.
한동민은 190㎝ 95㎏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한다. 팀 관계자들이 “신이 내린 하드웨어”라고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덩치에 걸맞지 않게 타석에서는 소심한 면이 있었다. 한동민도 “투수들의 이름값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해는 생각을 바꿨다. 단지 자신이 쳐야 할 한 선수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하고 있다. 두려움을 뛰어 넘자 상대의 실체와 공이 좀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중요한 변화다.
한동민의 활약 여부는 SK 시즌 초반 성적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SK는 4번 후보들의 연이은 부진으로 붙박이 3번이었던 최정을 4번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3번 자리가 비었다.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3번을 친 한동민이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또 한 번의 혼란이 예상된다. 여기에 박정권의 부진으로 좌타 거포에 대한 목마름이 큰 SK다. 역시 한동민의 가치가 빛날 수 있다.
관건은 1군 경험이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가 다르듯이, 시범경기와 공식경기는 또 다르다. 1군 경험이 부족한 한동민에게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한동민은 차분하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성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한동민은 “포기하지 않고 또 두려움 없이 타석에 임하려고 한다”며 올 시즌 각오를 대변했다. 한동민이 진짜 터미네이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SK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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