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김소은 “그동안 가을 양 꼬리표 있었죠”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27 09: 33

지난 25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는 전무후무한 공주가 있었다. 공주 신분에 걸맞게 체통을 지키는 일은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아야 했다. 배우 김소은(24)이 연기한 숙휘공주는 그랬다. 짝사랑하는 남자, 그것도 천민 신분의 백광현(조승우 분)에게 기습 뽀뽀를 하고 왕실의 허례허식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개념 가득한 공주다.
김소은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숙휘공주로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다.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말린 광현과 강지녕(이요원 분)의 이야기 곁에서 밝고 희망찬 모습으로 극의 재미를 상당히 끌어올렸다. 숙휘라는 인물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연기력을 갖춘 젊은 여배우 김소은 덕이었다.
이병훈 PD는 김소은에게 사극이 아닌 현대극처럼 편안한 말투로 연기를 할 것을 주문했다. 제 아무리 현대극 연기를 하라고 했지만 그래도 사극 속에서 융화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감독님이 편안하게 연기하라고 조언해주셨어요. 숙휘가 ‘나는 그랬다’ 식의 말투를 쓰잖아요. 숙휘만의 말투를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다’ 자에 힘을 실고 캐릭터에 맞춰서 단어를 쓰려고 노력했죠.”
김소은의 실제 성격은 차분하다. 그래서 발랄한 숙휘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캐릭터대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그러다보니 성격도 어느새 밝아졌다는 게 김소은의 말이다.
그는 “나도 이렇게 내가 밝아질 줄 몰랐다”면서 “성격이 활발해진 것이 ‘마의’ 출연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웃었다. 이병훈 PD는 김소은에게 특별히 많은 것을 주문하지 않았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소은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유로운 현장 분위기 속에 숙휘의 발랄한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
 
김소은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작품은 2009년 ‘꽃보다 남자’다. 극중 추가을 역을 맡은 그는 상대 배우였던 김범(소이정 역)이 부르던 ‘가을 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한동안 본명보다 가을 양으로 이름을 알렸다.
“‘마의’ 출연 전에는 가을 양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죠. 이제는 숙휘공주라고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요?(웃음)”
"이번 작품 욕심이 생겼어요"
‘마의’는 김소은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김소은의 지인들은 명랑하기 그지없는 숙휘를 그가 연기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지금껏 연기했던 조신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발랄하고 명랑한 숙휘를 표현하기 위해 연기변신을 했다.
그는 “이 작품은 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다”면서 “밝은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김소은이라는 배우가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김소은. 그런데 이번 작품은 숙휘라는 캐릭터에 욕심이 생겼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 한다.
“장면 한 장면 한 장면을 공부를 많이 했어요. 이상하게 욕심이 많이 났어요. 캐릭터가 좋았고 대사가 정말 재밌었죠. 촬영 현장도 즐거웠고요. 캐릭터 자체가 사랑을 받는 캐릭터라 그런지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사실 사극, 그것도 겨울에 촬영이 진행되는 사극은 정말 힘이 들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은다. 김소은도 마찬가지였다.
 
“추위를 잘 타는 편인데 정말 추울 때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졌어요. 입이 얼어서 대사 표현이 안 될 정도였죠. 난로도 안 되고 핫팩이 얼 정도였으니까요. 얇은 한복을 입고 찍어야 했으니까 힘들었죠. 몸이 크게 나올까봐 안에 껴입지도 못했어요.”
촬영은 고됐지만 촬영장은 즐거웠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조승우, 이요원, 이상우 등은 그보다 모두 10살 차이가 많다. 이들은 김소은을 귀여운 막내동생으로 아껴줬다.
김소은은 “워낙 기다리는 시간도 많고 힘드니까 배우들끼리 돈독했다”면서 “언니 오빠들과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오히려 장난도 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을 잘 챙겨준 선배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소은은 또래 여배우들에 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드문 편이다. 그렇다고 예능 출연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출연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
“예능 프로그램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제가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여기저기에서 찍고 있으면 적응이 안되더라고요.(웃음) 워낙 다른 출연자들이 말씀도 잘하시니까 언제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고 싶어요.”
김소은은 당분간 차기작을 검토하며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못 다한 여행도 다녀오고 그동안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했던 가족들과도 보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기자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의외로 김소은은 뮤지컬을 단번에 꺼냈다. 이게 다 함께 연기한 조승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을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했다”면서 “그런데 조승우 오빠가 뮤지컬이 재밌다고 이야기를 하시니까 다른 세계인 것 같아 하고 싶어졌다. 오빠가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용기를 주시니까 자꾸 생각이 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jmpyo@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