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만큼은 알려진 것보다 좋은 편이었다. 슬라이더로 표기되었으나 낙차는 커브급이던 슬러브는 최고 131km까지 계측되었고 배트가 밀리는 타구도 많았다. 그러나 주자 출루 시 견제 동작이 다소 느렸고 내야 땅볼 타구 때는 늦은 베이스커버로 인해 유일한 피안타를 기록했다.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좌완 개릿 올슨(30)의 첫 실전 등판은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안겨줬다.
올슨은 2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서 3이닝 동안 1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2실점을 기록한 뒤 1-2로 뒤진 4회초 김강률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최고 구속은 146km였으며 슬라이더-체인지업 등을 시험했고 팀이 1-3으로 패하면서 올슨은 이날 연습경기 패전 투수가 되었다.
1회초 선두타자 오정복(NC)에게 초구 직구 145km를 구사한 올슨은 2루수 허경민의 호수비에 힘입어 2루 땅볼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은 뒤 탈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에도 올슨은 볼 끝의 묵직함을 앞세워 김회성(한화)-장성우(롯데)-백창수(LG)를 연달아 범타처리하며 퍼펙트를 이어갔다.

오재원의 1타점 2루타로 1-0 앞선 상황에서 3회초 마운드에 오른 올슨은 2사 후 이인행(KIA)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퍼펙트 행진을 마감했다. 오정복까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1,2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이후 윤중환의 땅볼성 타구 때 올슨은 베이스커버가 늦어 타자 주자를 살려줬고 그 사이 이인행이 3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올렸다. 올슨의 첫 피안타가 실점으로 이어진 순간이다.
김다원(KIA)을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맞은 올슨은 김회성(한화) 타석에서 폭투를 범하며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올슨은 김회성을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간신히 3회를 마쳤다. 기본적인 구위는 나쁘지 않았으나 주자 출루 시 불안한 제구와 굼뜬 견제 동작 및 수비 보완점도 굉장히 많이 비춘 올슨이다.
장점이라면 묵직한 구위와 슬러브의 위력이었다. 최고 146km의 직구는 단순한 막대기 포심이 아니라 역회전되어 떨어지는 싱킹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게다가 볼 끝이 묵직해 정타로 맞은 듯 했던 타구가 내야 땅볼이 되거나 크게 뻗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대부분 막힌 타구였다. 슬라이더로 표기된 127~131km의 공은 사실 슬라이더와 커브의 퓨전 개념인 슬러브. 선수 본인과 전력분석팀은 “정통 슬라이더는 아니고 커브에 가까운 공이다”라고 밝혔다.
단순 연습경기였기 때문에 주자 견제에서 재빠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차치할 수 있다. 단 주자 출루 시 자신이 가진 결정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이날 경기의 큰 불안 요소 중 하나였다. 올슨의 경우는 국내 대다수의 좌완과 달리 투구판 오른쪽 끝을 밟고 던졌다. 이는 우타자 상대 시 허허실실 전략으로 바깥쪽을 찌르는 직구나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는 스타일의 투수들에게 자주 볼 수 있다. 지난해 다승왕 장원삼(삼성)이 투구판 오른쪽을 밟고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올슨의 경우는 이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는 못했다. 역으로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드는 140km대 중반의 직구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사사구 세 개가 되고 말았다. 크게 제구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마운드에서 동요되는 느낌도 언뜻언뜻 비춘 올슨이다. 전지훈련서부터 함께하며 한계 투구수를 끌어올린 투수가 아닌 만큼 이닝 소화 능력도 물음표다.
연습경기 한 차례를 통해 모든 것을 판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범경기나 개막 전 연습경기에서 잘 던졌다고 이 모습이 페넌트레이스 맹활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올슨의 단점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면 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그 불안 요소의 위중함만큼 급락할 수 있다. 세밀한 분석에 의한 야구 비중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첫 모의고사를 마친 후 올슨은 “한국 야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확실히 보고 배워 최대한 빨리 리그에 적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른 리그 야구를 배우려는 자세와 구위 등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닝 소화 능력, 주자 출루 시 투구 안정도에서 물음표가 달린 올슨은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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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