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프로게이머 국기봉, "개성 살려 미래를 준비해라"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03.28 08: 01

"진로에 대한 보장은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미래는 자기 스스로 개척하고 준비해야 한다".
1세대 프로게이머답게 후배들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최진우 봉준구 등과 함께 대표적인 1세대 저그 프로게이머였던 '살아있는 히드라' 국기봉 블리자드 e스포츠 팀장(33)은 200여명의 후배 게이머들에게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 진로 선택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기봉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남짓한 짧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1세대 대표게이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역 시절 개성 넘치는 경기력으로 '살아 있는 히드라'라는 애칭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초의 공식 개인리그인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개발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e스포츠팀에서 제2의 e스포츠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은퇴 이후 자리를 잡기까지의 소중했던 경험을 짧은 시간이지만 후배 게이머들에게 생동감있게 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 나를 '상품화' 해야 살아남는다
국기봉 팀장은 단상에 오르자 마자 "평범하기 보다는 개성을 살려야 한다"는 말로 후배게이머들에게 인사말을 던졌다. 그는 "나는 선수로 데뷔했을 때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e스포츠라는 것이 길게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2년 정도를 생각하고 그 시간을 활용해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즉 큰 그림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후배 선수 여러분들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정형화하기 보다는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 팀장이 데뷔했던 지난 1999년은 스타크래프트가 PC방 붐과 함께 인기를 얻었지만 IT 분야를 중심으로 벤처붐이 한창 일어났던 시기.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당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던 그는 최대한 자신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어놨다.
"IT 붐이 일어나면서 프로게이머라는 말이 생겼고, 이기석, 기욤 패트리 등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게이머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에는 프로게이머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끊이없이 찾아가면서 세상과 부딪혔다. 그러다보면서 배움이 늘었다. 실패를 하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운 셈이다."
▲ 미래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은퇴 이후 방황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던 국기봉 팀장은 브랜드가 없는 신발회사에 들어갔던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신발을 만들 수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판매를 할 수 없었다. 즉 브랜드가 없었던 것이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특별함을 강조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한국 지사에 입사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그는 "'나는 특별하다'라는 점을 면접에서 강조했다. 블리자드 입사 뿐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했다"면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꼭 뉴스를 봤으면 좋겠다. 스포츠나 연예면이 아닌 IT 경제 정치 등 사회전반이 돌아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래를 본인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고 자신의 특징을 살리면서 미래 준비를 해 나가기를 당부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들도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게임을 똑같은 패턴으로 사람은 발전이 없듯이 같아서는 자신만의 특별함을 만들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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