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약기간을 믿을 수 없는 게 프로야구 감독 자리다.
2010년 프로야구 감독 중 지금까지 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감독은 한 명도 없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단이 당장의 팀 성적에 연연하게 되자 감독들도 자신의 색깔보다는 팀 성적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력을 맞추고 있다.
17년 동안 해태를 이끌어온 김응룡 감독 같은 예를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5년 이후 3년차 이상 감독이 우승을 한 것은 2010년 김성근(4년차) 감독이 유일하다. 1년차 감독이 3번, 2년차 감독이 4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감독 계약 기간 자체가 3년에서 최근 2년으로 줄고 있는 것은 구단들이 감독들에게 최대한 빨리 팀을 파악하고 정비해 좋은 성적을 내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2년 내에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 올해 2년차를 맞는 감독들의 시즌 들어가는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2년차가 되는 감독은 선동렬 KIA 감독, 김기태 LG 감독, 김진욱 두산 감독, 이만수 SK 감독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지난해 사령탑에 오르기는 했으나 1군에 올라온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 사실상 1년차 감독에 가깝다.
이중 가장 발걸음이 가벼운 이는 선동렬 감독이다. KIA는 올해 50억에 김주찬을 잡으며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탄탄한 선발진에 이용규-김주찬 테이블 세터, 그리고 부상없는 이범호-최희섭-김상현은 최강의 조합이다. 선 감독 역시 올해 자신이 그리는 야구를 제대로 펼쳐보이겠다는 각오다.
다른 감독들은 조금씩의 불안함을 갖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감독대행 때부터 치른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패했다. 올해는 몇 없는 토종 좌완 투수와 물음표가 붙은 새 외국인 투수들을 데리고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SK의 저력이 어디까지인지가 가장 여실하게 드러날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이 감독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진욱 두산 감독 역시 상위권 전력의 팀을 꾸리고 있지만 특별히 뛰어난 선수가 없고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패한 것을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김기태 LG 감독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뿐 아니라 11년 동안 풀지 못한 LG 가을 야구의 꿈을 2년차인 올해에는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세 감독과 달리 우승이 아니라 4강이 목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프로야구의 목적은 성적이고 감독의 슬픈 운명은 쉽게 정해진다. 감독이 팀을 파악하고 전력을 구상하는 데 가장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2년. 그 높은 고개를 무사히 넘는 감독에는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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