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라의 그레이 존]공백이 오히려 약이 된 김연아의 강해진 멘탈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3.03.28 03: 05

김연아가 총점 218.31점의 높은 점수로 2013년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 했다. 2년만에 출전하게 된 큰 국제대회에서 그 동안 계속 경기를 치러온 선수들을 제치고 차지한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은 개인의 우승이라는 영광에 더불어 본인을 포함하여 2014년 소치올림픽에 한국 선수 3명이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김연아의 ‘레미제라블’은 역대 최고의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경기가 끝난 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김연아 열풍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경쟁적인 경기에 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온 김연아가 예전만큼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려있었다. 그리고 복귀한 후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김연아 자신이 더 궁금했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선수가 공백기를 가진다는 것은 선수로서 매우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공백기를 끝내고 복귀하게 되었을 때 경기에 대비하기 위해 소화해야만 하는 운동량에 다시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고, 힘든 훈련 량을 소화할 수 있는 동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더 어렵게 느끼게 된다. 게다가 복귀하게 되었을 때 이전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두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이러한 불리한 조건들을 이겨내고 결국 복귀에 성공하게 되는 선수들은 흔하지 않다.
그러나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운동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동기를 찾지 못했던 김연아에게 공백기는 오히려 득이 되는 선택이었다. 김연아는 공백기 동안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 바로 스케이트를 신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 이유를 찾은 것이다.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외적 동기가 아닌,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내적 동기가 더 강해진 선수가 되어 돌아왔다. 때문에 더 유연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덤으로 얻었다.
어떤 경기에 나가든 자신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결과에 집중할수록 불확실성만 극대화되고 그만큼 부담감만 가중될 될 뿐이다. 게다가 좋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자신이 정작 집중해야 하는 경기 요소들에 집중하는 것이 방해를 받게 된다.
자신이 어떤 결과를 낼지에 집중하기 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프로그램의 요소요소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적인 동기가 강할수록 선수는 경기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경기상황에 몰입할 수 있는 선수는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1위의 성적으로 복귀한 김연아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예상하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성공적인 복귀의 첫 관문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김연아가 다음 올림픽에서 어떤 메달을 따게 될지는 섣불리 예상하기는 힘들다.
사실 앞으로 올림픽까지 남은 시즌 동안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기량만큼 더 성장한 김연아의 유연하고 강인한 멘탈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누구도 김연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려대 학생상담 센터 상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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