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다를게 있나. 그냥 해봐야지".
개막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응룡(72) 한화 감독의 말에는 답답함이 묻어났다. 원래 말이 많지 않은 김응룡 감독이지만, 대답하는 것도 힘들 만큼 머릿속이 복잡하다. 시즌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 감독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고, 스트레스 지수만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 감독의 제자인 선동렬 KIA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 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들이 이 시기에는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을 보좌하고 있는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도 "감독님께서 시즌을 앞두고 계신 만큼 생각하실 게 많아졌다. 심기가 좋지는 않으시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한화가 처해있는 상황이 쉽지 않다.

한화는 가뜩이나 약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시즌 개막은 100% 전력으로 맞이하기 어려워졌다. 투타의 최고참 박정진과 강동우가 각각 컨디션 난조와 왼쪽 발가락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가운데 기대를 건 유망주들의 성장세도 더디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할 시점이지만, 여전히 주전 자리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강동우 외에도 투수 황재규, 포수 이준수, 내야수 하주석, 외야수 김경언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외야수 오재필과 내야수 장운호 등을 올리며 여러 선수들을 번갈아가며 테스트하고 있다. 개막 엔트리를 제출해야 시점인데도 1~2군 선수들의 자리를 확정짓지 못할 만큼 갑갑하다.
게다가 한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김태균-김태완-최진행 클린업 트리오도 작은 부상을 안고 있다. 김태균은 목의 담이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고, 김태완은 오른손 중지가 썩 좋지 않다. 최진행도 오른쪽 무릎 통증을 안고 있다. 이들이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면 한화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래저래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지원군을 기다릴 형편도 되지 못한다. 박정진은 2군에서 실전등판을 거쳐야 하고, 무릎 수술과 재활을 거치고 있는 외야수 고동진도 내달 20일쯤 실전 경기를 시작으로 나서 빠르면 5월 복귀를 노리고 있다. 군제대를 기다리고 있는 내야수 송광민도 6월 소집 해제되지만 당장 실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 아무리 김응룡 감독이라도 이 같은 상황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공수에서 물음표가 많이 붙어있고, 이렇다 할 대안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김 감독도 묘수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훈련 중에도 덕아웃에서 지켜볼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도 직접 나가 체크할 정도로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끊임 없이 코치들을 불러 보고를 받기도 한다.
김 감독은 개막전 준비에 대해 "뭐 다를 것 있겠나. 그냥 해봐야지"라며 "강동우가 빠졌지만 문제없다. 연경흠도 있고, 이양기도 있다. 없으면 다른 선수로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김 감독이지만 현실회피보다 정면돌파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장이 흔들리지 않으면 팀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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