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전설', 황정민의 '주먹'으로 부활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28 09: 14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충무로의 토종 전설 강우석이 돌아온다. '신세계' 황정민을 전면에 세운 '전설의 주먹'을 들고서다. 러닝타임 153분. 길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돌려서 돈 벌 생각만했다면 나오지 못했을 상영시간이다. 강우석이 외치는 듯하다. '나 살아있어. 재밌으니까 그냥 봐'라고. 제작비 아끼지 않고 러닝타임 제대로 쓴 대신에 관객 왕창 모아서 크게 벌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애시당초 '영화에 죽고 영화에 산다'는 강우석이니까 가능했을 계산법 아닐까.
이번 '전설의 주먹'에는 강 감독의 장점과 강점이 모두 녹아있다. 첫째는 관객의 마음을 확 잡아채는 탄탄한 스토리다. '공공의 적' '실미도' 등 그의 흥행작들에는 강렬한 블록버스터급 액션만 난무하는 게 아니다. '투갑스'처럼 달달하고 끈끈하게 입에 척척 달라붙는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날것으로 다가온다.
'전설의 주먹' 안에는 소문난 기사식당마냥 먹거리도 다양하다. 황정민이 간판메뉴 돼지불백이라면 유준상과 윤제문의 맛깔진 찌개류도 일품이다. 과거 펄펄 날던 장안의 전설적인 싸움꾼들이 지친 40대 가장으로 살다가 링에서 맞붙게 됐으니 그안에 별의별 인생사 양념들이 푸짐하게 들어갔기 때문. 이들의 최종 승부를 보기까지 저마다 굴곡진 삶의 한켠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둘째, 강우석 작품에 배우들 연기력 논란은 없었다. 이번에도 그의 캐스팅은 탁월하다. '어이 브라더' 대사 한 토막으로 벌써 전국 440만명 관객의 정신을 온통 휘저은 '신세계' 황정민이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는 강우석-황정민 콤비가 가져올 시너지 효과가 어떨지 궁금증이 나온다. 언론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27일, 객석에서는 탄성만 나왔다. '역시 강우석!' '명불허전 황정민'이었다.
황정민은 나이를 더할수록 흥행과 연기력을 배가하는 천연기념물 배우다. 연극무대에서 오랫동안 내공을 쌓은 연기력이야 무명시절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그 흥행력은 오히려 40대 이후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댄싱퀸'-'신세계'로 연속해서 자신의 최다관객 기록을 다시 쓰는 중이다. 황정민은 이날 언론시사에서 "저에게는 ‘전설의 주먹’이 제일 중요하다. 아마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열렬히 박수 받지 않을까 한다. 스스로도 기대 중"이라는 인삿말을 했다. 3연속 흥행기록 경신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셋째, 강우석 영화의 전개는 빠르다. 질질 끄는 게 없다. 강우석표 작품들 가운데 대박영화들이 늘 그랬다. '전설의 주먹'은 더 빠르다. 러닝타임 154분을 체감하기 힘들 정도다. 러닝타임이 2시간을 훨씬 넘는데도 전개가 빠르게 느껴진다는 건 재밌다는 사실과 그대로 통한다.
강 감독은 현역 감독 가운데 원로급이다. 흥행이 담보된 감독들 중에서는 최고령자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기준이다. 감독들조차 조로해서 일찍 물러나는, 아니 물러나게 만드는 한국사회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병폐다. 강 감독은 이같은 세태를 강하게 부인하는 대표적 인물이고 이번에 작품으로 이를 입증했다. '강우석 살아있고 앞으로도 계속 찍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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