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7 만든' 레오, 가빈 넘어 삼성화재 新 에이스 우뚝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28 20: 32

'레오의 성공시대'.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를 밟은 첫 해, 레오(23)의 앞에는 가빈 슈미트(27)라는 괴물용병이 만들어놓은 벽이 있었다. 삼성화재를 3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며 역대 최고의 용병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가빈은 러시아로 떠났고, 많은 이들은 그의 공백이 삼성화재의 독주 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떠난 이에게 미련을 두기보다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는데 중점을 뒀다. 성장가능성이 있고 배고픈 선수를 찾았다. 안젤코와 가빈의 뒤를 이어 삼성화재의 '성공시대'를 이끌 새로운 해결사를 물색했다. 그리고 그의 레이더망에 걸린 이가 바로 레오였다.

코트에서 첫 선을 보이기 전까지 레오에 대한 평가는 '높이와 탄력이 좋지만 파워가 약하다'였다. 키는 크지만 호리호리한 체격 때문이었다. '가빈의 대체자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따라붙었다. 삼성화재가 새 용병을 구한다고 했을 때도 '과연 가빈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주를 이뤘다. 레오는 그런 우려를 떨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해보였다. 그만큼 가빈이 한국 배구무대에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가빈 그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이하는 아니었다. 개막 미디어데이 때 담담한 얼굴로 "가빈과 비교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나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레오는 KEPCO와 개막전에서 71.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앞세워 51득점을 올렸다. 가빈의 공백을 떠올릴 틈도 없는, 충격적인 데뷔전이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레오는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삼성화재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득점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가빈을 앞섰고,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삼성화재의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만들었다. 신치용 감독조차 "가빈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현재 둘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하면 레오를 선택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레오의 활약은 한국 무대서 처음 맞이하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23세,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을 나이지만 큰 무대라고 긴장하는 법은 없었다. 특유의 성실함에 에이스로서 팀을 왕좌로 이끌겠다는 책임감이 더해진 레오는 무적이었다. 1차전 43득점, 2차전 45득점을 올리며 삼성화재를 승리로 이끈 레오는 최후의 3차전에서도 32점을 폭격하며 압도적인 위력을 뽐냈다.
지치지 않는 레오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5-16)으로 완승을 거두며 다시 한 번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을 조기에 마무리한 삼성화재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우승의 금자탑을 좀 더 높게 쌓아올렸다. 그리고 레오는, 그 누구도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가빈의 벽을 한 시즌만에 바로 뛰어넘으며 제2의 가빈이 아닌 '제1의 레오'가 됐다. 이제부터는, 레오의 성공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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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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