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전고투’ 대한항공, 삼성벽은 못 넘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28 20: 33

그들이 걸었던 험난한 길을 생각하면 준우승이라는 성과도 선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3년 연속 정상 문턱에서 좌절한 것은 한으로 남을 만하다. 대한항공의 날개가 또 다시 삼성화재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꺾였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2-2013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0-3으로 졌다. 이로써 챔피언결정전 전적 3패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삼성화재의 벽은 지난 2년간 그랬던 것처럼 끝내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며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힌 대한항공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삼성화재의 장기집권을 막을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쉽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힘차게 날아오르지 못했다. 전력 충원 요소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곽승석 등 주축 선수들마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결국 최근 대한항공의 호성적을 이끈 신영철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되는 등 풍파도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대한항공의 순항을 가로막는 난기류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저력이 있었다. 모두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그 때 다시 일어섰다. 김종민 감독대행의 형님 리더십을 중심으로 주장 김학민과 고참급 선수들이 팀을 다독였다. 그렇게 대한항공은 막판까지 진땀을 흘린 끝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힘을 냈다. 현대캐피탈을 2승으로 누르고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을 얻었다. 특히 1차전에서는 다 진 경기를 뒤집어 대한항공의 기백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견고함을 넘기에는 힘이 조금 모자랐다. 설욕전을 다짐한 대한항공은 1·2차전에서 모두 1세트를 따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삼성화재의 차분한 역공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삼성화재와의 9차례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3차전 마지막 세트를 제외하면 전적처럼 힘의 차이가 두드러진 시리즈는 아니었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의 낮은 레프트 블로킹을 집요하게 공략하며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리시브와 2단 연결이 흔들리며 흐름을 내준 경우가 많았다. 레오의 파괴력에 대항할 만한 공격 조합을 찾는 데도 끝내 실패했다. 서브를 통해 상대의 견고한 리시브 라인을 붕괴시키지 못한 것도 패인 중 하나였다.
이제 대한항공은 중대한 기로에 선다. 팀의 한쪽 날개였던 김학민은 군 복무를 위해 팀을 떠난다. 공익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신영수가 있긴 하지만 공백은 불안요소다. 한 시즌 트레이드로 팀에 입단했던 센터 하경민도 원 소속팀 KEPCO로 복귀한다. 한선수 곽승석 등 주축 선수들의 군 문제도 서서히 생각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 새 감독을 영입할 것인지, 김종민 감독대행 체제로 팀을 재편할 것인지도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 새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대한항공을 어떤 팀 컬러로 바꿔놓을 것인지도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 올 시즌은 대한항공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즌이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과제를 남긴 시즌으로도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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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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