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온라인게임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하나의 동기를 가지고, 보이지 않은 상상의 게임 세계를 구현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게임 기획자라고 부른다. 게임 기획자들의 업무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개발할 콘텐츠를 정하고, 콘텐츠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고, 장애 발생에 대해 유관부서와 협력체제 구축에 유저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소프트웨어 구조에 대해서도 회의를 거듭한다. 게임 내의 데이터 통계를 뽑아서 정리하는 것도 게임 기획자들의 임무다. 매일 매일 반복이 거듭되는 일상속에서도 게임기획자들은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모든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엠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게임기획에서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강영순 실장에게 게임기획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온라인게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기획'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게임 기획은 “누구에게 어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구체화 하는 직무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략적인 답은 기획에서 할 수 도 있고 제 3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구체화 시키는 일은 기획자가 해야 되겠죠. 아이디어는 누구나(유저에서 대표님까지) 낼 수 있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켜서 상품화(콘텐츠화) 시키는 작업은 기획에서 해야 하는 핵심 업무입니다.
▲ 게임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앞서 말한 대로 “누구에게 어떤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를 큰 틀에서 정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죠. 이것이 정해지면 그 다음 구체화 시키는 작업을 진행 해야 하겠죠. 그런데 80%는 실패해요. “내가 원하는 경험은 이런 게 아냐” 이런 소리를 들어요. 신작은 오픈 하자마자 그럼 낭패를 보게 되고요. 서비스 중인 게임은 서둘러 “미안합니다. 그럼 이건 어때요” 해야죠. 서비스 중에는 유저들의 요구사항에 따라 기존 설정에 변경을 가하기도 합니다. 가능하면 기존에 설정했던 기획의도를 충실히 따라야 하겠지만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타겟층이 없어지기도 하고 타겟층의 취향이 바뀌기도 하고 기존에 기술적인 한계로 제공하지 못했던 것도 가능하기도 하니까요. 가능하면 변경을 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변경을 가할 때는 반드시 조직원 전체에게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의 비전이 달라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것은 불가능 할 거예요.
▲ 온라인 게임 기획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기획’ 파트는 정답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없어서 제일 힘들지만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고 그렇네요. 버그 하나로 의도한 모든 것들이 사라져 허무 할 때도 있고 플레이들의 행동 패턴이 모두 달라 예측한 결과와는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선택의 연속에서 잘못된 선택보다는 올바른 선택을 할 확률을 높여 나가는 것이 온라인 게임 기획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경험적 지식도 풍부해야 하고요.
▲ 초보 기획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가까운 기획서를 만들어 주는 일이 거의 대부분의 업무일거예요. 예를 들어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때 공지로 메시지를 좀 크게 잘 보이게 해주면 좋겠어” 이런 요구가 들어왔다면 “100등급 이상 매직옵션 B가 붙은 아이템을 필드에서 획득했을 경우 빨간색 10포인터 크기로 화면 중앙 가운데 정렬로 3초간 “000님이 000에서 00옵션이 붙은 000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라고 표시해주세요 라고 번역하는 과정이 필요 한 거죠. 보통 초보 기획자들이 실수하는 것이 일반 유저들 언어로 기획서를 작성 하는 거예요. 아이디어가 좋다고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획서에 “좋은 아이템을 먹었을 때 공지 좀 잘해주세요” 이러 문장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 좋은 기획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네요. 물론 전자와 후자가 같은 경우가 제일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죠. 직접 창업을 하거나 또는 프로듀서급의 파워 기획자가 되지 않는 이상 그렇습니다. 앞서 강조했듯이 앞서 누군가가 설정한 게임의 의도가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과 다를 때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고 열린 자세로 여러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설정에 맞게 구체화 시키는 일에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머 보다 논리적이면서 예술을 사랑하는 소설가가 되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 게임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마디
웬만하면 꿈을 꾸지 마세요. 꿈을 꾸었다면 아 이제 내 인생은 없구나. 평생 남의 말을 듣고 살아야겠구나 이렇게 편하게 마음 먹자 구요. 기획자에겐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그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었을 때 기뻐할지 슬퍼할지 분노할지 잘 알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간접경험을 늘려야 하겠죠. 모든 것을 직접 경험 할 순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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