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박철우처럼 빛나지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삼성화재의 우승을 뒷받침했다. 팀 주장으로서의 공헌도는 만점이었다. 고희진(33, 삼성화재)이 또 한 번의 우승에 대한 기쁨을 표현하면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섭섭함을 드러냈다.
고희진은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한 이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고희진은 “우리가 만날 우승한다고 평가절하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운을 뗀 뒤 “진짜 마음이 아프다. 우리 팀은 선수들은 물론 스태프까지 절실하게 훈련했고 절제된 생활을 했다. 경기에 나갔을 때는 정말 절박하게 경기했다”고 우승의 자격이 있음을 자신했다.
이어 고희진은 “우리는 느슨한 플레이를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다. 경기 중에는 집중하자고 서로를 다독인다”고 팀의 장점을 설명한 뒤 “다른 사람들이 경기 결과만 보고 ‘삼성이 또 우승했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섭섭하다. 다른 팀 선수들은 (우리의 우승을) 다 이해할 것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스태프도 정말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분위기메이커답게 이내 원래 성격을 되찾았다. 고희진은 레오가 “3년이든 10년이든 감독이 쫓아내지 않는다면 삼성화재에서 뛰고 싶다”라고 말하자 레오를 빤히 쳐다보며 “꼭 3년을 더 뛰어야 한다”라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신치용 감독이 “우승을 하면 한 달간 휴식을 줄 것”이라는 말에는 박철우와 얼굴을 마주하며 “한 달 가지고는 안 된다. 두 달은 쉬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팀에 대한 자부심과 즐길 줄 아는 여유. 최강 삼성화재를 이끄는 주장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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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