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5차전까지 왔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스가 벌이는 6강 플레이오프 최후의 격돌은 결국 김태술(29, KGC)과 전태풍(33, 오리온스)의 손끝에 달렸다.
고양 오리온스는 2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72-65로 꺾고 2연패 뒤 기적 같은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균형을 이뤘다.
그간 10번의 KBL 6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2연패 뒤 3연승으로 4강 PO에 진출한 팀은 없었다. 오리온스는 0%의 확률에, KGC는 100%의 확률에 도전하지만 숫자는 실상 의미가 없다. 지게 되면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인 만큼 백중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의 격돌은 전자랜드의 3연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그래서 KGC와 오리온스가 벌이는 드라마 같은 6강 PO에 팬들은 더 열광할런지 모른다. 양 팀의 최종 5차전은 오는 30일 오후 7시 KGC의 안방에서 열린다.
1, 2차전은 안방에서 톱니바퀴 조직력을 선보인 KGC가 2연승을 올렸다. 전매특허인 전면강압 수비로 오리온스의 발을 옥죄었고, 앞선의 김태술 이정현을 비롯해 최현민 김윤태 등 신인들이 제 몫을 해주며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낚았다.
3, 4차전의 키워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가드 김태술과 전태풍이었다. '디펜딩 챔프' KGC는 1, 2차전을 내리 따내며 손쉽게 서울 SK를 만나는 듯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수가 생겼다. 2차전서 오른 발목 부상을 입은 김태술이 3차전에 결장했다. 라이벌 전태풍은 물 만난 고기마냥 코트를 누볐고, 벼랑 끝에 몰린 오리온스에 한 줄기 빛을 선사했다. 4차전도 제 컨디션이 아닌 김태술을 압도하며 오리온스의 기적 같은 2연승을 이끌었다.
5차전도 둘의 활약에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확실한 건 몸 상태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현재로서는 전태풍이 김태술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 전태풍은 3차전에 이어 4차전서도 팔방미인 활약을 펼쳤다. 픽앤롤, 아이솔레이션, 어시스트, 스틸 등 전방위 활약을 뽐냈다. 0%의 확률에도 조심스레 오리온스의 승리를 점치는 이유다.
반면 김태술은 1, 2차전에 비해 실로 몸이 무거웠다. 3차전 결장으로 경기 감각에 다소 문제가 있었고, 발목에 붓기가 빠지긴 했지만 전력을 다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전태풍도 4차전 승리 이후 "태술이가 발목 부상 때문에 조금 느렸다. 다음 경기서 더 빨라질 것 같다"고 말해 부상 여파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중요한 것은 이 둘의 활약이 비단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KGC는 강력한 압박 수비를 주무기로 내세우는 팀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원주 동부를 물리친 가장 강력한 무기도 바로 전면강압 수비였다. 앞선에서 가장 먼저 이 역할에 충실한 이가 김태술이었고, 또 그렇게 해야 하는 이가 김태술이다. 쉴 새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의 코트 지휘자를 흔들어야 한다. 관건은 5차전까지 완벽한 몸 상태 회복 여부다.
전열 이탈로 시즌을 빠듯하게 꾸려온 KGC의 체력도 방전에 가깝다. 그나마 버티고 있던 체력이 한계치에 다달았다. 이상범 KGC 감독도 4차전 패배 후 "떨어진 체력을 더이상 끌어 올릴 수는 없다.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면서 "4차전에서 보다시피 양희종도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체력이 가장 큰 고민이다. 거기다 부상까지 있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KGC가 믿을 것은 안방에서의 높은 승률과 이정현의 활약, 김윤태 최현민 등의 뒷받침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우승을 경험한 이 감독의 지략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오리온스는 지금의 좋은 흐름만 유지하면 된다.
아직 뚜껑이 열리진 않았지만 30일 그들이 펼칠 최후의 일전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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