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공무원’, 주원·최강희 조합이 아까웠던 로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29 07: 29

연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하고 흔히 말하는 조합까지 맞았다. 그런데 제작진은 두 배우의 능력이 아까울 정도로 활용하지 못했다.
MBC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이 지난 28일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전형적인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다. 국정원 요원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내세웠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은 안보보다 사랑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부터 경쟁작인 KBS 2TV ‘아이리스II’ 속 요원들처럼 국가 안보를 두고 죽느냐 사느냐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 오로지 국정원 요원 한길로(주원 분)와 김서원(최강희 분)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로맨틱 코미디이니까 사랑에 목숨 거는 일은 당연했다. 조금 어설픈 첩보도 시비 걸 요소는 못됐다. 처음부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선택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로맨틱 코미디니까 어느 정도 눈 감을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아무리 로맨스에 힘을 실은 드라마라고 해도 도를 넘은 작위적인 전개는 실망을 안겼다. 극의 갈등 요소였던 최우진(임윤호 분)과 김미래(김수현 분)가 국정원에 반감을 품는 계기와 복수를 이어가는 이유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국정원 요원들이 위기를 겪고 극복하는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로맨스만 탄탄하게 그려진다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근간인 로맨스가 심각할 정도로 진부했다는 점이 시청자들을 아쉽게 하는 이유가 됐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 속 이야기가 뻔해도 너무 뻔했다. 예측 가능한 전개 속에 주원과 최강희는 완벽한 연기호흡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을 붙들었지만, 뒷받침할 이야기 구조가 허약하기 그지 없었다.
제작진은 처음부터 쉬운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다수의 시청자를 끌어안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상대 방송국이 국가 안보를 지키느랴 분투하고(‘아이리스II’), 목숨이 오가는 거짓말을 하더라도(‘그 겨울, 바람이 분다’) 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곳곳에 마련된 시트콤 같은 요소는 흥미로웠다. 단발성 웃음이 이어지지 못한 게 아쉬움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소소한 재미를 만들지언정 시청자들의 리모컨을 사수할 만한 강한 한방이 부족했다. 때문에 이 드라마는 시청률 1위였다가 3위로 주저앉았다가 다시 2위로 올라섰다가 또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오고갔다. 드라마 자체의 힘이 부족해 경쟁작의 재미 여부에 따라 시청률이 오락가락했다.
‘7급공무원’은 수목드라마 전쟁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고 선방했다. 하지만 이는 배우들의 열연과 캐릭터 소화력에 공이 돌아가야 한다. 왜 드라마만 끝이 나면 시청자 게시판이 제작진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됐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7급공무원’ 후속으로는 인생의 한 순간 뜨거운 열풍에 휩싸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는 ‘남자가 사랑할 때’가 다음 달 3일 첫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치정 멜로 드라마로 송승헌, 신세경, 연우진, 채정안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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