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리그 최고 투수,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 아래 1라운드에 지명되었으나 첫 해에는 부상으로 인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계투진 히든카드로 개막 엔트리에 입성했다. 데뷔 첫 개막 엔트리 진입의 기쁨을 누린 두산 베어스의 2년차 우완 윤명준(24)은 2009시즌 고창성(현 NC)의 재래가 될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8일 2013시즌 9개 구단 개막 엔트리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위 두산은 투수 10명, 야수 16명으로 26인 엔트리를 구성했다. 이 가운데 팬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은 바로 윤명준. 광주 동성고-고려대를 거쳐 지난해 1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윤명준은 데뷔 첫 해 발목 수술 및 안면 부상 등으로 인해 1군 3경기 평균자책점 20.25에 그쳤다.
이번에는 출발부터 다르다. 멀쩡한 몸 상태로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을 소화한 윤명준은 시범경기 5차례 등판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그러나 22일 넥센전서 1이닝 4피안타 2실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17일 광주 KIA전에서는 예리한 제구와 묵직한 볼 끝을 앞세워 1이닝을 탈삼진 3개 삼자범퇴로 장식하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은 “윤명준과 오현택을 놓고 고민하다 윤명준을 개막 엔트리에 넣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췄고 커브로도 혼동되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좋은 만큼 의외의 활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다. 선수 본인은 데뷔 첫 개막 엔트리 포함에 대해 “개막전 들어가봐야 알지요.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라며 기뻐했다.
“지난 시즌 높은 순위로 지명받고도 수술하고 큰 힘을 보태지 못해 팀에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스스로도 실망감이 컸습니다. 이제는 아픈 곳도 없어서 어느 보직에서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뛰겠습니다. 코칭스태프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이 큰 도움이 되고 또 그 기술들을 제 것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투구폼은 다르지만 윤명준의 개막 엔트리 진입은 얼핏 4년 전 고창성과도 닮아있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08년 2차 2라운드로 두산 입단했던 고창성은 첫 시즌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1군 5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러나 2009시즌 개막 전 가능성을 비추며 개막 엔트리까지 올라섰다. 신예에게 큰 기대보다는 미래를 위해 경험을 쌓아준다는 책략이었으나 그 해 고창성은 64경기 5승 2패 1세이브 16홀드(2위) 평균자책점 1.95로 계투 KILL 라인 간판이 되었다.
“자신감도 조금씩 생기지만 아직 많이 배워야 한다”라는 윤명준이지만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그와 함께 고려대 트로이카로 꼽히던 임치영, 문승원(이상 SK)은 현재 SK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투수들. 특히 임치영은 지난 시즌 잠시나마 좋은 활약상을 펼치며 윤명준에게 부러운 존재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싶다는 윤명준이다.
“지금도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에요. 특히 지난해 치영이가 좋은 활약을 펼칠 때는 저도 부러웠거든요. 이제는 저도 1군에 올라왔으니 서로 경쟁하면서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개인 목표는 없습니다. 올해 팀이 반드시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가 발목 수술을 받기 직전 참가한 일본 교육리그에서의 투구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녀석은 프로에서 제대로 통할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부상과 재활로 출발이 늦었던 윤명준은 4년 전 맛보기로 개막 엔트리에 입성했다 주축으로 자라난 고창성처럼 일약 투수진 필수 요원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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