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활약한 '코리안특급' 박찬호(40)는 타격으로도 일가견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430타수 77안타, 타율 1할7푼9리 31타점을 올렸고 특히 홈런 3개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홈런을 친 선수는 박찬호가 유일하다.
과연 류현진(25,LA 다저스)의 시즌 타격성적은 어떨까. 류현진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 랜치에서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앞두고 가진 팀 타격훈련에서 우타석에 들어서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투수가 타격훈련에서 담장을 넘기는 건 이례적인 일, 때문에 팀 동료들도 류현진을 마음껏 축하해줬다는 후문이다.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는 선발투수로 출전해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제이크 피비를 상대로 류현진은 3회 1사 후 1루-2루 사이를 깔끔하게 가르는 우전안타를 때렸다. "결코 0할 타자는 되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던 류현진은 침착하게 공을 고른 뒤 정확하게 밀어치는 타격솜씨를 보여줬다.

인천 동산고 시절에는 팀 4번 타자로까지 활약했던 류현진이다. 통산 20경기서 타율 2할9푼5리(61타수 18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했고, 특히 장타율 4할5푼9리로 당당한 체구와 걸맞는 장타력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빠지지 않는 체구를 가진 류현진은 타석에서 꽉 찬 위압감까지 준다.
최고의 선수들이 활약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투수가 타격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일단 부상의 위험이 있기에 적극적으로 타격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고, 주자가 나가 있으면 1사라도 번트 시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타격을 하는 선수도 있다.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좌투우타인 마이크 햄튼은 통산 725타수 178안타, 타율 2할4푼6리를 기록했으며 무려 홈런을 16개나 쳤다. 특히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뛰던 2001년에는 홈런 7개를 기록하기도 했고, 2002년에는 64타수 22안타 타율 3할4푼4리로 웬만한 타자들보다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팀 내에서 투수로서 보통 이상의 타격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얼마나 쳐야 할까. 지난해 다저스 선발진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58타수 12안타 2타점 타율 .207)였다. 그 뒤를 이어 채드 빌링슬리(42타수 8안타 2타점 타율 .190), 크리스 카푸아노(54타수 5안타 3타점 타율 .093), 애런 하랑(56타수 4안타 2타점 타율 .071) 이었다.
이들 가운데 작년 홈런을 쳤던 선수는 없었다. 대신 빌링슬리가 통산 2개의 홈런을, 하랑이 1개, 카푸아노가 1개의 홈런을 각각 기록 중이다. 올 시즌 류현진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을 때 30경기에 등판, 60번 타석에 들어선다는 계산이 가능한데 안타 5~6개만 쳐도 선발진에서는 평균적인 성적을 기록하는게 가능하다. 현재의 적극성이라면 그 이상의 타격성적도 기대해 봄직하다.
참고로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타석에서 가장 큰 화제를 만들어냈던 투수는 구대성(44)이다. 2005년 뉴욕 메츠 소속이었던 구대성은 당대 최강의 선수였던 랜디 존슨을 상대로 큼지막한 2루타를 만들어냈고,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득점까지 올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5할(2타수 1안타)이며 1득점을 기록했고 타수가 적었던만큼 장타율 10할, OPS 1.500이라는 재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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