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클리닝타임] 김광현, 화려한 귀환 위한 마지막 조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29 10: 40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김광현(25, SK)이 복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화려한 귀환’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는 형국이다. SK로서는 설레는 일이지만 아직은 좀 더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완벽한 준비를 위해서다.
김광현은 27일 송도야구장에서 열린 SK 퓨처스팀(2군) 자체 홍백전에서 백팀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물론 2군 자체 평가전이긴 했지만 성적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3이닝 동안 35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였다. 김광현은 경기 후 “첫 경기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어깨 통증이 사라져서 좋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날은 겨우 내내 왼 어깨 재활에 매달린 김광현의 첫 실전 등판이었다. 비록 전지훈련 일정이 꼬이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으나 재활 과정은 순조롭다.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하프피칭, 불펜피칭, 라이브피칭을 거치며 단계를 충실히 밟았다. 지난해에는 4월 28일에야 첫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고 6월 초 1군 첫 경기를 가졌다. 모든 것이 한 달 이상 빠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 말하는 가장 큰 수확이기도 하다. 보통 재활 선수들은 중간 과정에서 통증을 느끼거나 고비를 맞이하기 마련이다. 전 단계로 돌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비하면 김광현은 고속도로를 달린 셈이다. 김광현의 표정,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이유이기도 하다.
첫 실전 피칭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김광현은 당분간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몸 상태를 조율할 예정이다. 라이브피칭과 실전피칭이 다르듯, 실전에서도 누구를 상대로 던지느냐에 따라 어깨의 긴장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자체 평가전, 퓨처스리그 경기, 그리고 1군 공식 경기가 모두 다른 환경이라는 뜻이다. 1군 경기에서 무리 없이 던질 수 있다는 확신이 서야 재활은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김광현도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희망적인 요소들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우선 통증이 없다보니 구위가 좋아졌다. 지난 22일 문학구장에서 김광현의 첫 라이브 피칭을 본 동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같은 투수로서 김광현을 바라본 송은범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다. 중심이동도 잘 된다”라고 했다. 김광현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허웅은 “팔 위치가 높다. 누르는 힘이 2010년과 비슷하다”라고 부활을 장담했다.
모두 김광현의 몸 상태가 정상임을 알려주는 신호다. 스스로 어깨에 일말의 통증이라도 느낀다면 팔각도는 자연히 내려온다. 자신의 밸런스를 찾지 못하다보면 중심이동도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김광현이 그랬다. 구속도, 구위도 예전만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김광현은 재활 과정에서 수차례 “아프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부위의 재활을 겪어봤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김광현은 등판과 휴식을 반복했다. 재활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결 여유가 있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꼭 필요한 절차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가능하다. 김광현도 “한 번 아파봤기 때문에 내 어깨 상태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김광현의 앞길에는 기대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최고의 시기를 보낸 2010년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아직 구속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회복세도 좋다. 22일 라이브피칭에서 143㎞를 던졌던 김광현은 27일 첫 실전 등판에서 146㎞를 던졌다. 점점 좋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려한 귀환의 마지막 조건은 ‘인내’라고 할 만하다. 복귀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2년간 부상으로 고전한 김광현은 아직 조심스레 다뤄야 할 몸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둘 중 한 쪽이라도 복귀를 급하게 생각할 경우 탈이 날 수 있다. 어차피 김광현은 올 시즌 SK의 선발진을 책임져야 할 핵심 선수다. 지금까지 던진 날보다 앞으로 던질 날이 더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광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광현은 재활 속도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주위의 시선에 대해 “밖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최대한 천천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생기면 당장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진정한 부활을 향해 눈앞의 성과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코칭스태프에서도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김광현이 스스로의 일정을 맞춰 정상적인 몸 상태를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물론 SK의 선발진에는 현재 변수가 많다. 몸 상태가 회복되고 있는 김광현이 자꾸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이해 못할 부부이 아니다. 그러나 시즌은 길다. 또 SK는 포스트시즌도 생각해야 하는 팀이다. 1·2군을 오고가며 사실상 한 시즌을 재활로 보낸 지난해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선수와 구단 모두 득이 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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