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이선구, "시원섭섭? 섭섭시원하다"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29 21: 30

"시원섭섭하다고들 하는데 반대입니다. 섭섭하고 시원하네요".
패배로 시리즈를 마감한 노장은 섭섭한 마음이 먼저라고 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시즌이 끝난 시원함은 패배의 섭섭함 다음으로 미뤘다. 이선구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29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 IBK기업은행과 경기서 세트스코어 1-3(18-25, 25-20, 19-25, 21-25)로 패해 우승을 넘겨주고 말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미련 섞인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베띠가 다치고 (이)소영이 다치고 하면서 챔피언결정전까지 어렵게 올라왔다. 좀 더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게 안됐다"라고 말문을 연 이 감독은 "3차전에서는 모두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해서 역전이 됐는데 한 번 이기고 나니 안된 것 같다"고 씁쓸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경기의 패인으로 "공을 줄 때 못주고 토스도 정확히 공격수에게 올려주지 못했다. 베띠가 많이 해줬지만 제 실력을 다 내지 못했다"며 세터들의 난조를 꼽은 이 감독은 한송이의 갑작스러운 부상 역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베띠가 뚫지 못하는 공격을 한송이가 해줘야하는데 부상으로 인해 점프가 되지 않아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는 것. 한송이는 이날 1세트 도중 착지 과정에서 알레시아의 발을 밟아 부상으로 코트를 벗어났다.
"지도자들은 과거 성적이 나빴든 어쨌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한다. 그 기회를 못잡은 것이 참 아쉽다"고 심경을 털어놓은 이 감독은 쓴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술을 시원하게 달짝지근하게 먹어야 하는데 아주 쓴 술을 먹게 생겼다"는 마지막 한 마디에서 노장의 섭섭함이 절절히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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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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