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심야 예능프로그램 ‘땡큐’가 힐링 여행 콘셉트를 톡톡히 살리고 있다.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고난을 털어버리기 위해 떠나는 풍광 좋은 곳으로의 여행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더라도 그 사이를 흐르는 공감과 유대의 정서로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에게 편안함을 안긴다.
29일 방송된 ‘땡큐’에서는 이 같은 힐링 콘셉트가 특히나 빛을 발했다. 최근 프리랜서 선언으로 화제를 모은 방송인 오상진과, 2년4개월여 간의 결혼 생활을 마감한 가수 은지원이 ‘땡큐’ 여행에 동참해 속내를 털어놨기 때문.
오상진은 지난해 170일 동안 진행된 MBC 파업과 그로인해 방송활동을 중단해야 했던 아픔을 털어놓으며 공백기간이 만든 내면의 성장과, 프리랜서 선언 이후 MBC 동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은지원의 경우 이혼한 상황에 대해 “‘사랑과 전쟁’을 즐겨보고 있다”고 눙을 치면서도, 결혼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그리고 이는 대외적으로 떠들썩하게 알려졌던 과정과는 달리 결코 자극적이지 않게 시청자에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이 같은 고민은 이들의 인생에 있어 정말 아픈 상처이자 크나큰 시련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인생에 찾아온 아픔은 치유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폭로 당하고 고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는 시선이기에 가능한 장면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더 풍성하게 만든 건 산악인 엄홍길의 동행이다. 오상진과 은지원이 각자의 삶에서 만난 고비에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엄홍길은 등정과정에서 생사를 다투는 절대적 고비를 맞닥뜨렸을 때의 깨달음을 들려주며 후배들을 위로한다. 오상진과 은지원으로서는 접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은 경험담이지만, 이 조언이 이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면 이는 아마도 나이가 들수록 더 가팔라질 시련에 대한 예감과 거기에서 오는 유대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상처에 대한 힐링과 공감, 유대감을 중시여기면서도 내내 진지하게 흐르지 않은 점도 돋보인 대목이다. 이날 ‘땡큐’에서는 엄홍길 대장이 무려 5시간에 걸쳐 고아낸 닭볶음탕과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인 초조감을 재치 있는 BGM과 자막으로 드러내며 웃음을 유발했다. 여기에 이를 타박하는 은지원의 악동 같은 모습과, ‘오장금’으로 불리며 요리솜씨를 뽐낸 새색시 같은 오상진의 조합을 보태 힐링에 대한 강박 대신 여유와 웃음으로 이날 방송의 양념과도 같은 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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