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맞상대부터 세다. 2선발답게 세게 붙는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내달 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선발 등판으로 데뷔하는 가운데 선발 맞상대로 같은 좌완 투수 매디슨 범가너(24)가 확정됐다. 개막 2선발에서 나타나듯 범가너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범가너는 에이스 맷 케인과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떠오르는 특급 투수다. 지난 2007년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샌프란시스코에 지명된 범가너는 200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11년 33경기 13승13패 평균자책점 3.21를 거두며 풀타임 선발로 첫 발을 뗐다.

특히 지난해에는 32경기에서 208⅓이닝을 소화하며 16승11패 평균자책점 3.37 탈삼진 191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2년 연속 200이닝-13승 이상 거두며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2012년 시즌 초반 샌프란시스코는 이미 범가너와 5년간 3556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류현진과 닮은 부분도 꽤 있다. 범가너는 196cm 107kg으로 큰 덩치를 자랑한다. 188cm 116kg 류현진에 버금간다. 여기에 특이하게도 왼손으로 던지고, 오른손으로 치는 '좌투우타'라는 점도 같다. 2010·2012년 월드시리즈 2경기 모두 선발승을 거두며,15이닝 무실점 기록할 만큼 큰 경기에 강한 강심장인 것도 닮았다. 류현진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비롯해 숱한 국제대회에서 두둑한 배짱을 과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불운한 투수의 대명사였다. 타선의 지원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가너 역시 2010~2011년에는 이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간 동안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패전을 떠안은 게 10경기나 된다. 하지만 그 역시도 어린 나이답지 않게 표정변화 없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는 점도 비슷하다.
범가너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투구폼이다. 투구시 왼 팔을 뒤로 쭉 뺀 다음 팔스윙을 크게 가져가며 공을 뿌린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폼이지만 공을 최대한 숨기면서 나오기 때문에 좌우타자 가릴 것 없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1.4마일(147km)로 빠르며 예리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다. 통산 9이닝당 볼넷이 2.1개에 불과할 정도로 제구력도 좋다.
범가너의 또 다른 강점은 타격이 되는 투수라는 점이다. 그는 4시즌 통산 168타수 25안타 타율 1할4푼9리 2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뿐만 아니라 2루타도 6개나 된다. 조금이라도 방심할 경우 의외로 큰 것 한 방을 맞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특징상 꼭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범가너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은 투수다. 류현진보다 한 단계 높은 투수로 무게감만 놓고 보면 범가너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범가너 같은 투수를 상대로 이긴다면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은 없다. 류현진에게 범가너와 맞대결은 분명 큰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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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