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3인 합산 2할1푼1리 1홈런 5타점. 기대했던 위력은 아직 제대로 발산되지 않았다. 5년 만에 재결성된 두산 베어스의 클린업 ‘김동성 트리오’는 본격적인 전장에서 제 위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
김현수(25)-김동주(37)-홍성흔(36)으로 이어지는 김동성 트리오는 지난 2008시즌 셋이 합쳐 3할3푼4리 35홈런 256타점을 합작했다. 김현수는 3할5푼7리 9홈런 89타점으로 타격왕좌에 올랐고 김동주는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도 3할9리 18홈런 104타점을 기록했으며 포수직 포기 후 지명타자로 자리를 굳힌 홍성흔은 3할3푼1리 8홈런 63타점을 올렸다. 그 해 두산은 김동성 트리오의 화력 등을 앞세워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8시즌 후 홍성흔의 롯데 이적과 함께 해체되었던 김동성 트리오는 홍성흔의 복귀로 다시 5년 만에 재결성되었다. 그 사이 최준석이 홍성흔의 빈 자리를 메우며 김동석 트리오로도 변모했던 두산의 클린업은 최근 2년 간 최준석의 부상, 김동주의 결장에 이은 윤석민의 합류 등으로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 두산이 홍성흔에게 라커룸 리더는 물론 중심타자 역할을 기대하며 FA 영입, 김동성 트리오 재결성으로 이어졌다.

기대가 컸으나 아직 시범경기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지 않은 상태. 김현수는 시범경기 동안 2할5푼 1홈런 3타점에 그쳤으나 세 명 중 이 성적이 그나마 낫다. 김동주는 1할8푼2리(22타수 4안타)에 타점이 없었으며 홍성흔도 1할9푼2리(26타수 5안타) 2타점에 그쳤다. 시범경기라 감을 잡는 시기이기도 했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시범경기만 따지면 김동성 트리오는 ‘안 터졌다’고 볼 수 있다.
검증된 선수들인 만큼 김진욱 감독은 김동성 트리오의 시범경기 부진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가락 했던 선수들 아닌가. 이제는 올라올 때가 되었다”라는 것이 김 감독의 기대 섞인 답변. 선수들 스스로도 올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 몇 년 동안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싸여있던 김현수는 마음 편하게 타격에 나설 전망이다.
황병일 수석코치는 김현수에 대해 “많은 생각 없이 타격해도 충분히 잘 할 선수인데 스스로 생각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스탯 놀음의 희생양이 되지 말고 네 마음껏 쳐라’라고 주문한다”라고 밝혔다. 선수 본인도 “올 시즌은 크게 목표를 잡고 나서는 해가 아니다”라며 무심타법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생존 위기 직전까지 맞이했던 ‘두목곰’ 김동주는 그 어느 때보다 훈련량을 높이며 이름값에 걸맞는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성 시절에 비해 힘은 떨어졌어도 밀어치는 능력 등을 보여주며 전지훈련에서 살아있음을 보여줬던 김동주다.
홍성흔은 FA 재취득과 함께 이적 형식으로 복귀한 만큼 호성적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명타자 포지션 중첩 등에 대해서도 “수비 위치는 팀에서 지시하는 대로 나설 것이다. 기대를 안고 팀에 돌아온 만큼 절대 야구를 못하면 안 된다”라는 것이 홍성흔의 지론. 지난해 이승엽(삼성)처럼 팀이 필요한 순간에는 밀어치는 배팅으로도 공헌하겠다는 것이 홍성흔의 올 시즌 각오다.
5년 전 20대 초반의 젊은 좌타자와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두 30대 초반 타자들이 구축했던 클린업 트리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어린 선수가 한창 때가 된 반면 두 명의 30대 타자들은 어느새 베테랑이 되었다. 파괴력 감소와 내구력에 대한 의구심은 피할 수 없을 전망.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큰 의심의 여지가 없는 타자들이다. 오히려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밀어치는 배팅이 활발히 나온다면 의외의 파급 효과도 나올 수 있다. 2013버전 김동성 트리오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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