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동안 아프지 않고 항상 준비된 투수로 출격을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팀이 자주 이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세이브 1위(20세이브)라고는 해도 9년차가 되는 동안 단 한 번의 1군 등판도 없었던 투수다. 그러나 감독은 “이 친구가 잘 되어야 비슷한 야구 인생을 걸었던 선수들이 느끼는 바가 클 것”이라며 인간승리를 기대했다.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마무리 김진성(28)을 바라보는 김경문 감독의 기대는 세간의 상상 그 이상이다.
성남서고 졸업 후 2005년 SK에 입단한 김진성은 팔꿈치 부상과 수술 등으로 인해 1군 출장 없이 방출되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2010년 개막 직전 입단 테스트를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으나 1년 남짓 하고 다시 방출된 김진성은 2011년 트라이아웃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1군 출장 기록은 전무했으나 둥지만 두 번 바꾼 셈이다.

지난 시즌 퓨처스 남부리그에서 49경기 4승 1패 20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하며 팀의 뒷문을 지킨 김진성은 올해 시범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김 감독으로부터 “우리 팀 마무리”로 낙점받았다. 송신영, 이승호, 고창성 등 전 소속팀 1군에서 검증된 실적을 쌓았던 선수들 대신 경력이 일천한 김진성을 마무리로 낙점한 데 대해 김 감독은 이렇게 밝혔다.
“빠른 공은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만 볼 끝이 묵직하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동요하지 않고 포커페이스로 던진다. 무엇보다 진성이는 특별지명이나 신인 상위 지명자가 아니라 트라이아웃을 통해 어렵게 우리 팀에 들어 온 선수다. 김진성이 1군에서도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줄 뜻깊은 성공 전례가 될 것이다”.
사실 3년 전 김진성의 넥센 테스트 당시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었다. 함께 입단 테스트를 받았던 윤대규 양천중 코치는 “정말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와 경쟁했다. 나름대로 나도 열심히 준비하고 테스트를 받았으나 그 친구의 공을 보면서 ‘나는 어렵겠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넥센 테스트 당시의 이야기를 김진성에게 꺼내자 그는 “어떻게 아셨어요”라며 “그 때는 저도 살아야 했으니까요”라는 말과 함께 웃었다.
“이제 1군에 첫 발을 들여놓았으니까요. 사실 대만 전지훈련 때 WBC 대표팀과 대결할 때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고 긴장되더라고요. ‘내가 대표팀과의 경기에 나서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번 붙어보자’ 싶더군요. 아직 시작이지만 과감하게 나가고자 합니다”.
시범경기 5차례 등판에서 김진성은 3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00에 피안타율 1할6푼7리를 기록했으며 5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기록했다. 표본은 적지만 김 감독이 마무리감으로 믿어볼 만한 재목임을 알려준 시범경기 성적이다. 김진성은 “아직도 배우는 단계다. 커다란 개인 목표는 없다”라며 팀이 올 시즌 다크호스로서 세간의 예상보다 많이 이길 수 있길 바랐다.
“제 개인 성적에 상관없이 아프지 않고 팀이 원하는 순간 바로 준비된 투수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팀이 자주 이겨야 제 성적도 점차 좋아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마지막 투수로 점지된 제가 못 던지면 팀 분위기도 어려워질 테니. 기회라는 선물과 책임감을 함께 받았으니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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