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의 딱]오랜 공식 커플의 이별, 새롭게 나타난 멋진 남자, 여기에 또 얽힌 걸그룹 멤버. 최근 '찌라시'를 연일 장식하고 있는 나얼, 한혜진, 기성용, 송지은을 둘러싼 루머는 분명 웬만한 드라마 뺨치는 재미가 있다.
마치 한류 멜로드라마처럼 4인 주연 체제를 갖춘 이 루머는 하루는 기성용을 나쁘게 만들었다가, 또 한혜진이 너무했다고 하고, 또 나얼이 먼저 잘못했다고 하고, 난데 없이 송지은에게 화살을 돌린다. 매회 드라마가 충격적인 결말로 다음회를 기다리게 하는 것처럼, 이들을 둘러싼 루머는 계속해 디테일을 쌓고 새로운 장면을 추가 중이다.
이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은 이별 한번 해본 적 없다는 듯 명쾌한 기승전결을 원하고, 확실한 악역을 골라내려 하고, 결정적인 사건을 바란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다들 잘 알지 않나. 이별이라는 건 정말 다양한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고, 모두가 때로는 피해자고, 때로는 악역이다. 가끔은 시점도 미묘하다.

기존 관계 정리와 새로운 관계에 돌입하는 게 스위치 똑딱 켜듯 간단한 게 아님에도 한혜진은 단지 언론에 노출된 시점만 갖고 금방 '오버랩'한 나쁜 여자로 몰아세워지고, 기성용은 예쁜 커플을 방해한 나쁜 남자가 된다. 이들에게 따라붙는 잔인한 댓글들을 보면, 혹시 이들에게 자신을 아프게 했던 옛 연인을 투영시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쁜 X'를 찾아내 처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결국 한혜진과 나얼은 각각 자신의 트위터로 '양다리'는 없었다고 강조하는, 희한한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별 사유를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이 과정은 꽤 잔인하다. 지난 29일 싱가포르에서 공연 중이던 송지은은 영문도 모르고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혹자는 말한다. 왜 루머 초반에 잡지 않느냐고, 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건 쉽지 않다. 해명해야 할 상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실명이 기재된 보도는 정면 대응하기 쉽다. 기자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찌라시'나 이니셜 루머는 아직 뾰족한 대응법이 없다. 연예인의 입장 표명은 전국민을 상대로 보도되는데, '찌라시'는 아직 수면 밑에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디까지 돌고 있을지 모를 '찌라시' 내용을 해명했다가 오히려 그 내용을 전국민적으로 홍보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아니라고 해봤자 이를 믿는 사람이 많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론 이 루머를 접하고 믿는 사람이 더 늘어난다. 매니저들은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한다.
가끔 연예인들이 우회적으로 부인해보지만 별 효과는 없다. 나얼도 한혜진과 이별 당시 루머가 생기자 "루머를 믿지 마시라"는 짤막한 글을 남긴 적이 있다. 루머는 더 생겼다. 나얼이 이번 트위터 글에서 '그 분'이라는 흔한 표현 대신 송지은과 한혜진의 실명을 딱 박은 것에선, 루머를 확실히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연예인의 말을 믿지 않는 대중의 심리를 대중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아니라고 했다가 진짜로 드러난 경우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한혜진, 기성용의 열애 소식이 알려진 후 양측은 분명 아니라고 했었다. 이런 사례가 계속될 수록, 연예인의 해명은 힘을 잃는다. 그렇다고 공개 연애가 이렇게 힘든 마당에 사적인 관계를 무조건 인정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이번 루머는 차라리 크게 터져서 속 시원히 해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여전히 대응하기도 애매한 루머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스토커 뺨치는 팬들이 가끔은 적이 된다. 이들은 연예인들끼리 비슷한 장신구를 착용한 걸 귀신 같이 짚어낸다. 사진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소도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진에 찍히면 그대로 '연인'이 된다. 같은 의상 및 소품을 이용했다가는, 남녀라면 커플이, 동성이라면 '따라쟁이'가 된다.
최근에는 TV조선이 정용화와 서현이 같은 빌라에 산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네티즌이 두 사람의 교제설을 제기했다고 했다가 교제가 사실이 아니라는 소속사 입장을 전했다가, 네티즌 의혹이 사실일 수 있다고 했다가, 이같은 의혹 제기가 우려된다고 하는 등 여러 장르를 섞어놓은 소녀시대의 히트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형식을 띄었다. 정용화는 소속사가 구해준 숙소로, 서현은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으로 해당 빌라에 거주하는 것이지만, 양측이 이 사실을 공식 발표를 하기에도 애매했다.
각종 의혹의 표적이 되는 한 아이돌 스타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들 사이에 인기있는 핫한 브랜드가 많지 않은데다, 협찬은 여러 가수에게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가끔은 먼저 착용한 사진이 편집을 거쳐 다른 가수를 베낀 것처럼 알려지기도 하고, 우연히 비슷한 아이템이 포착돼 황당한 열애설로 번지는 등 기획사 차원에서 뭐라고 대응을 하기도 민망한 소소한 악의성 루머가 너무 많다"고 한탄했다.
지금도 루머는 모바일 채팅 어플과 온라인 게시판을 타고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루머는 '최후의 나쁜 X'을 가려내 작살낼 때까지 변형되고 덧붙여진다. 루머는 진화하는데, 대응법은 아직 트위터 해명글이 최선이다. 아니라고 해봤자, 이미 대중은 '아니라는 말이 거짓말일 수 있더라'는 사례를 충분히 본 상태다. '찌라시'가 대부분 틀렸다 해도 맞춘 게 없진 않다. 이번엔 진짜 아니라고 해도 힘이 빠진다. 도대체 어떡해야 할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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