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뒷문 잠근 LG 마운드, 4강 향한 시나리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3.31 06: 50

“투수들이 잘 막아준다면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투수들도 많고 그만큼 수준 높은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투수조 조장 봉중근의 말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강한 마운드다. LG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지난 10년 중 2003시즌 단 한 차례만 3점대 팀 평균자책점(3.98)을 기록했을 뿐, 9년 연속 4점대 이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FA 영입과 군전역 선수, 해외파 선수와 계약 등으로 마운드를 보강한 만큼, 투수조 자체적으로 팀 평균자책점 3.60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는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할 때 4위에 해당되는데 앞선 삼성(3.39), 두산(3.58), 롯데(3.48) 모두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일단 시작은 좋다. 레다메스 리즈가 개막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9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구사, 이전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투구를 펼쳤다. 기대를 모았던 불펜 필승조 역시 굳건했다. 2-4로 뒤지고 있던 7회말 1사 만루에서 등판한 유원상이 최정에게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했다. 정성훈의 만루홈런으로 역전한 뒤에는 정현욱이 8회말 삼자범퇴, 봉중근이 9회말 삼자범퇴로 각각 홀드와 세이브를 올렸다. 비록 좌완 릴리프 이상열이 투런홈런을 맞긴 했지만, 지난 3년의 꾸준함을 염두에 두면 자기 역할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자리에 류택현이 있다는 것 역시 LG 불펜진의 역량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물론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로 이뤄진 외국인 원투펀치는 모자람이 없지만 1군에서 풀타임으로 선발투수를 경험하지 못한 토종 선발진은 물음표다. 불펜진 역시 만에 하나 류택현과 이상열 모두 노쇠화를 보인다면, 균형이 깨질 수 있다. 그럼에도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낫다. 선수도 많고 준비도 잘 됐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김 감독이 말한 ‘선수도 많고 준비도 잘 됐다’는 부분은 다소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미 불펜 필승조는 개막 엔트리에 모두 들어가 있고 선발로테이션 또한 확정됐기 때문에 언뜻 보면 더 이상 1군 무대에 오를 투수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LG는 꾸준히 예비전력을 키워왔고 빠르면 한 달 후부터 구리 대기조에서 마운드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해줄 투수들이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좌투수 최성훈은 한 달 후 1군 엔트리에 합류할 예정이다. 비록 최근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전지훈련부터 미래 LG 불펜의 에이스로 낙점됐고 불펜투구에서 보여준 구위도 나쁘지 않았다. 만일 류택현-이상열의 좌완 릴리프라인이 흔들린다면 최성훈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
2012시즌 후반기 팀 내 최다승 투수인 신재웅도 최성훈과 마찬가지로 2군에서 1군 복귀를 위한 과정에 있다. 올해 초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개막전 합류에는 실패했지만 6월 복귀를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1군 합류 후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토종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한다면, LG 선발진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지난 해 기량을 증명한 최성훈과 신재웅 외에도 해외파 류제국과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정찬헌, 3년 만에 다시 유니폼을 입은 이형종 모두 선발투수 역할을 소화할 예정이다. 류제국의 경우, 지난 26일 2군 연습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컨디션을 올리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6월에는 1군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리에 있는 예비전력 모두가 시나리오대로 1군에 올라온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향후 2, 3년의 마운드 운용 계획까지 짜 놓고 있을 만큼 치밀하게 팀을 만들고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이 부임 당시 강조했던 ‘7, 8, 9회에 강한 야구’도 2012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3.69로 상당 부분 실현됐다. 리즈의 마무리투수 기용이 실패하자 봉중근 카드를 꺼내들었고 선발투수였던 유원상을 불펜으로 돌려 국가대표로 만들며 강한 불펜을 구축했다. 10명이 넘는 투수들을 선발로 마운드에 올리면서 토종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별했다. 이러한 과정이 올 시즌 결과로 나타난다면, 지난 10년의 좌절도 마침표를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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