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만 2년’ 이재우, 부활 서곡 울리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31 06: 51

“아프지 않고 던진다는 자체가 기쁘다. 부상 이전까지 합쳐도 전지훈련지에서 140km을 넘게 던진 것도 처음이다. 아프지만 않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 순수 재활 기간만 따져도 2년이 넘는다. 팔꿈치 인대가 두 번이나 끊어지며 야구 인생의 끝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던 이재우(33, 두산 베어스)는 부활의 꿈을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이재우는 지난 30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 개막전에서 변진수의 뒤를 이어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 동안 퍼펙트 피칭을 펼치며 팀 승리를 매조졌다. 5점 차라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으나 투구 내용 자체가 안정적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개막전 이전 “이재우에게 삼성 2연전 중 한 경기 마지막을 맡겨 실전 감각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밝혔고 이재우는 김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탐라대 시절 내야수로 뛰었으나 발목 골절상을 입고 중퇴, 자신의 지명권을 갖고 있던 두산에 훈련보조로 2000년 입단했던 이재우는 이듬해 정식선수가 된 뒤 2004년 6승을 거둔 데 이어 2005년 홀드왕(28홀드)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타이틀 홀더는 물론 국가대표팀(2009년 WBC)까지 승선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러나 2010시즌 자신의 두 번째 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중도 강판한 뒤 이재우의 야구 인생은 암흑 그 자체였다.
2010년 7월 미국 LA로 건너가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이재우는 재활 막바지였던 2011년 중반 인대가 또다시 끊어지는 불운을 맞이했다. 두 번째 수술을 앞두고 이재우는 비슷한 시기 수술을 받았던 롯데 좌완 이명우의 예를 들며 “명우는 나와 비슷한 때 수술하고 지금 1군에서 자주 나오는 데 나는 왜 이럴까”라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야구 은퇴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때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수술대에 올라 재활의 길에 들어선 이재우는 2012시즌 막판 3경기 등판 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지훈련 명단에 재활조가 아닌 실전조에 포함되어 연습경기에서 연투 능력을 검증받았다. “나는 원래 슬로 스타터라 전지훈련지에서 140km을 넘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프지 않고 던져 전지훈련지에서 145km를 찍었다는 자체가 너무 기뻤다. 올해 아프지만 않다면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기뻐한 이재우다.
어깨 부상을 딛고 돌아온 정재훈과 함께 이재우는 현재 두산 계투진의 핵심 인물이다. 마무리 홍상삼이 제 감각을 되찾을 때까지 이재우는 정재훈, 김강률, 사이드암 변진수 등과 함께 팀의 승리 계투조를 구축할 예정. 김 감독은 정재훈과 이재우를 언급하며 “이 투수들을 기다리기 위해 1년을 참았다. 아프지 않고 풀타임 시즌을 뛰어준다면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이다”라는 말로 순조로운 복귀 시즌을 보낼 수 있길 바랐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자부심도 회복하고 싶고 가족, 딸 윤서 앞에서 아빠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아프지 않다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프지 않고 올 한 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맹활약하고 싶다”. 한때 야구 포기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이재우는 이제 자신의 부활을 스스로 믿기 시작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