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가 불굴의 정신력과 투혼으로 잇달은 부상 악령을 떨쳤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30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최종전(5차전)서 고양 오리온스를 78-69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4강 PO에 진출했다. 12년 만에 2시즌 연속 4강 PO행의 쾌거다.
잇단 부상 악령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불살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5차전까지 치르며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전매특허'인 전면강압 수비가 헐거워졌지만 도리어 정신력은 상상 이상으로 높아졌다.

뚜껑을 열기도 전에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오세근이 우측 발목 부상으로 시즌 아웃 선언을 받았다. 그의 백업 멤버 김일두와 김민욱도 좌측 무릎 부상과 좌측 족저근만염으로 출전이 불가했다.
설상가상 주전 포인트 가드 김태술이 2차전서 우측 발목 부상을 입어 3차전서 결장했다. 주전 슈팅 가드 이정현도 3차전서 좌측 발목 부상을 안았다. 둘은 모두 4, 5차전서 정상적인 몸이 아니었다.
여기에 양희종의 백업으로 알토란 활약을 펼치던 '백전노장' 김성철이 허리 부상으로 쓰러졌다. 4차전까지 부상 투혼을 보인 그는 5차전을 앞두고 결장했다. 4강 PO 출전조차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부상이었다.
5차전을 앞둔 KGC의 실상 가용 인원은 7명. 1, 2차전을 따내고도 체력 저하로 3, 4차전을 내리 내준 KGC는 이를 악물었다. 김태술과 이정현은 테이핑을 하고 코트에 나타났다. 이 모습을 본 후배 오세근도 테이프를 칭칭 감고 "1분이라도 뛰겠다"며 동료들의 의지를 불태웠다.
'수장' 이 감독도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에 믿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프의 자존심을 믿었다. 5차전을 앞두고 "체력, 멤버는 뒤져도 집중력, 정신력은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말한 이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4강 PO행을 확정한 뒤 "정신력으로 정말 잘 버텼다. 디펜딩 챔프의 자존심을 갖고 이 악물고 뛴 게 승인이다. 체력도 떨어지고 부상도 입었는데 8명의 선수가 끝까지 버텨줬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릴만 했다.
오리온스라는 산을 넘었지만 정말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서울 SK와 자웅을 겨룬다. 더욱이 상대는 압도적인 체력을 갖고 있다. KGC는 31일 하루를 쉬고 내달 1일 오후 7시 SK 원정길에 올라 4강 PO 1차전을 벌인다.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들을 재활을 잘시켜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면서 "우리는 디펜딩 챔프의 자존심이 있다. 쉽게 물러날 팀도 아니다.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다.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승리하겠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태술도 "항상 자신감을 갖고 있다. 상대가 정규리그 1위든 전력이 우위든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지난 시즌 당대 최고의 전력을 자랑했던 원주 동부를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KGC. 4강 PO에서도 부상 악령을 떨치고 SK를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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