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든 마지막 경기든 지고 싶어하는 감독이 어디있나. 다 이기고 싶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문제지…".
30일 롯데와의 사직 개막전을 통해 사령탑 복귀전을 가진 한화 김응룡(72) 감독. 경기 전 김응룡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직구장은 101번째인데 뭐 다를게 있나"며 웃음을 지어보인 김 감독은 "첫 경기든 마지막 경기든 지고 싶어하는 감독은 없다. 다 이기고 싶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오늘 이기기 위한 작전을 다 쓰겠다"고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주위에서 최하위권으로 전망하는 것에는 내심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마음가짐도 느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주위에서 자꾸 최하위라고 하는데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는 우리 것만 하면 된다"며 "우리 보고 꼴찌라고 하니까 여기 관중석도 많이 비어있다"고 한탄했다. 이날 사직구장은 '구도'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외야 관중석이 많이 비었고 결국 개막전 매진에 실패했다.

정규시즌이 개막하자 김 감독의 승부사 본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범경기 내내 최적화된 타순을 찾기 위해 테스트를 거듭한 김 감독은 1번 타순에 이대수를 깜짝 기용하고, 3번타자로 못박은 김태균을 4번 타순에 복귀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대수와 김태균이 나란히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김 감독의 타순 이동에 보답했다.
이날 김 감독은 공격에서 전반적으로 타자들에게 맡기는 야구를 펼쳤다. 별다른 작전을 걸지 않았다. 희생번트 상황도 거의 없었지만, 대부분 타자들에게 자기 스윙을 하도록 했다. 대타 카드도 7회 1사 2루 이학준 타석에서 사이드암 김성배가 나오자 좌타자 추승우를 기용하는 일반적인 기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 특유의 스타일은 역시 마운드 운용에서 나타났다. 빠르고 과감한 마운드 운용에서 과거 해태-삼성 시절의 김 감독 모습이 비쳐졌다. 이날 한화는 선발 데니 바티스타를 비롯해 임기영-윤근영-송창식-김광수-안승민 등 이기는 경기에 투입될 수 있는 투수가 모두 나왔다. 승리를 향한 노감독의 강한 의지이자 승부욕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 말대로 야구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6회 무사 1·2루에서 투구수 91개의 바티스타를 과감하게 한 박자 빨리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임기영-윤근영-송창식이 몸에 맞는 볼 2개와 볼넷 2개로 밀어내기로만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한 것이다. 6회에만 3명의 투수를 교체하는 집념을 보였으나 결과가 안 좋았다.
5-4로 리드한 9회에도 김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1사 1루에서 전준우가 2루 도루를 성공하자 타격감 좋은 손아섭을 고의4구로 걸렀다. 역전 주자까지 보내는 위험성이 있었지만, 더 이상 소모전은 한계가 있었고 9회에 어떻게든 끝내고자 하는 과감한 승부수였다. 그러나 안승민이 볼넷-안타-희생플라이를 맞으며 김 감독의 복귀전도 패배로 끝났다. 9회 마지막 이닝 때 자리에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주치 못한 김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그러나 투수들의 볼넷이 많았다"며 아쉽게 경기장을 떠났다.
비록 불펜의 난조로 허무하게 날아간 복귀전 승리. 하지만 김 감독은 공격에서 특유의 선 굵은 야구와 한 박자 빠른 현란한 마운드 운용으로 본연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결과는 패배지만 승리를 향한 벤치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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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