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감독'으로 유명한 노덕 감독은 '연애의 온도'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영화라고 했다. 아름다운 외모 속에 털털한 말투와 웃음, 솔직한 입담, 쿨한 기운이 전해지는 감독은 작품만큼 매력적이다. 영화는 때로는 아플 만큼 차갑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을 만큼 냉정한 장면도 있지만 노 감독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 나름 방식의 사랑 예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공간을 특별히 '은행'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연애의 온도'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 21일 개봉 이후 100만 돌파(31일 영진위)를 이뤄냈다.
"처음에 시작하게 될 때는 '이런 이야기로 간다'는 것은 없었어요. 오히려 이별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여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그냥 그 순간의 감정으로 그렇게 시작했는데, 남자 이야기도 덧붙여지고 뒤의 상황들이 연달아 가다보니 줄거리는 조각을 맞춰나가는 식으로 이뤄졌어요."
'연애의 온도'는 감독이 오랜 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사정이 안 좋아 한 차례 접게되며 노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스릴러를 준비했지만, 그러면서도 짬짬히 개인적으로 이 시나리오의 구성을 했다. 일상적으로 편하게 쓱 했던 것인데 이 시나리오의 존재를 알고 있던 영화사를 통해 빛을 발하게 됐다. 원래는 대학생들 이야기로 성장물에 가까웠다. 비대중적인 뉘앙스의 느낌도 강했고. 하지만 투자 과정을 거치며 수정이 이뤄졌고, 작품적으로는 대중적 취향이 강해졌다. "더욱 관객들에게 밝게 유쾌하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어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노 감독은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처음으로 현장을 겪어봤다. 긴 촬영기간은 체력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해 쉽지만은 않았지만, 재능이 많은 감독을 보고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고. 크래딧에 이름을 올렸다는 뿌듯함도 있었다. 현장이란 곳은 영화를 구현시키는 곳으로, 마지막에는 본인 역시 창조적인 일을 하고싶다란 생각이 깊어졌다고.
"('연애의 온도')시사를 마치고 장준환 감독님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내가 얼마나 부족한 스태프였는지 알았고 10년 전 죄송했다고요. 그래도 제가 연출을 하니 달랐던 점이요? 이 영화는 다른 사람이 쓴 것을 각색했거나 기획영화가 아니고. 제가 오랫동안 수정작업을 많이 했기에 시나리오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었어요. 신이 현장 안에서 표현이 안 될때 수정하는 데 좀 편했죠. 바꾸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없었죠. 한편으로는 내가 오래 이 시나리오를 썼다는 자의식을 가지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착화될 수 있는 거니까요. 많이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누군가 그랬다. 감독이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은 배우와의 소통이라고. 노 감독 역시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막상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탐색기에서 얘길 많이 나눴는데, 영화 촬영에 들어가서는 대화가 사치일 정도로 하루에 소화해야 할 커트가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차질없이 갈 수 있었던 것은 영화 전 만나면 화제가 영화 얘기였고, 두 사람 다 작품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에요. 현장에서 대화가 없어 아쉬운 건 없었어요. 리허설 없이 바로 그대로 슛을 들어 가도 표현적으로 전혀 무리가 없었죠."
배우의 해석을 존중하기도 했다. 영화 본편에 삽입된 청혼 장면은 김민희의 해석이었다. 원래 감독이 생각한 것은 영이 좀 더 아무렇지 않고 쿨하게 청혼하는 것이었다. "민희 씨의 해석이 설득력있다고 봤어요."
영 같은 경우는 애초에 생각한 배우 이미지는 없었다. "내 자신을 투영했지만 모르겠더라고요. 동희는 지향점이 뚜렷한 캐릭터였죠. 동희는 실제로 이민기 씨가 생각이 났어요. 민희 씨는 개인적으로 '뜨거운 것이 좋아'의 모습을 '화차'나 '모비딕' 보다 더 좋아해요. 원래 훨씬 털털한 인물이었는데, 민희 씨의 여성스러움이 덧붙여지니 그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더라고요."
실제 감독의 연애사가 궁금했다. '햇수보다는 깊게 했다'는 그는 "리서치도 많이 했지만 솔직히 나한테서 시작한 에피소드가 꽤 된다"라고 털어놨다.

공간을 은행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편적인 이야기로 한 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본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되게 전문적인 공간이 되면 일반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 연애가 비현실적으로 흐를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누구나 한 번은 들어가 본 적인 있는 공간. 보편적인 공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학교는 멜로영화에서 다뤄진 적이 많아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고, 동사무소나 구청은 밋밋했죠. 은행은 점점 기계화가 되고 아무래도 돈을 다루는 곳이기에 차가운 공간을 상징하잖아요. 그리고 차갑게 변해가는 대표적 공간인 것 같아서 그게 이 영화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주인공들의 현실적인 연애랑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 역시 김민희처럼 영화를 보는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찌르르'하게 만드는 놀이공원 신이다. "되게 어렵게 찍었어요. 시간이 없었는데 분량에 비해 한정된 시간이어서 야외신은 해 떨어지기 30분전에 찍었죠. 원래 영이의 얼굴 장면도 있었는데 조명 치고 진행됐어요. 하지만 영이의 얼굴을 보여주는 게 너무 잔인한 것 같았고, 없어도 충분히 정서가 온다고 판단 됐죠. 그냥 '툭' 보여주는 식으로요."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아 관계자들이 '뜨악'했다. 예상 외의 것이었다. "흡연이나 욕설 그러한 것들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진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풀려고 했고, 불륜고 비윤리적이고 선정적이 아닌, 유머러스하게 담으려고 했어요. 배우들도 현장에서 19금이 나올 것 같으면 아슬아슬하다고, 솔직하게 걸릴 수 있다고 순화시켜 가자는 노력들이 있었는데 아쉬움이 있죠"라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개봉 전에는 다소 황당한 '1점 테러'의 희생작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 감독은 쿨했다. 1점 테러를 한 네티즌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요구에 크게 웃은 뒤 "제가 컴퓨터를 많이 헤 각 커뮤니티의 특성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일베(일간베스트)가 이 영화를 타겟으로 하다니 놀라웠습니다. 즐거우시냐고 되묻고 싶네요. 하하.."
마지막으로 '연애의 온도'는 사랑에 대한 무엇을 이야기하는 영화냐고 물었다. 그의 사랑과 연애에 대한 시선이 궁금했다.
"연애를 하면 항상 그 사람과 24시간 붙어있고 그렇진 않잖아요. 진심으로 상대방이 미운 시간도 있고요. 혼자있을 때보다 더 어렵고 외롭고 힘든 순간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감정 자체가 다 사랑이죠. 그 당시에는 힘든데 어떤 시점이 되면 그 감정들 모두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즐길 수 있는 것 같고. 누구나 그런 힘든 감정들 때문에 다시는 연애하지 않을 거다고 말하지는 않잖아요. 연애는 다채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고, 기본적으로는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저 자신에 대한 위로도 있어요, 어쨌든 간에 '그래, 넌 잘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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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