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야구' 보여준 서건창의 사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3.31 17: 29

지난 30일 광주 개막전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시즌 키플레이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두말하지 않고 "서건창과 장기영"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테이블세터진은 내 야구의 모든 것이다. 두 타자가 끊임없이 출루하고 뛰어야 우리팀이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어떤 팀이든 마찬가지이지만 1~2번의 출루율은 득점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결국 요체는 두 타자가 얼마나 많은 안타와 사사구를 얻어 출루하는데 있다. 그 방법은 오로지 타자의 몫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날 서건창은 염경엽 야구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회초 타석에 들어서고 경기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사인이 나오자 서재응이 초구를 힘차게 뿌렸다. 몸쪽 직구였는데 서건창은 몸을 살짝 틀었고 곧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주심은 몸에 맞는 볼로 선언했다. 옷을 살짝 스쳤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서재응은 달려나와 서건창이 타석에서 지나치게 홈플레이트쪽으로 바짝 붙었고 고의로 몸을 돌렸다고 항의했다. TV 리플레이되는 장면을 보더라도 타석을 그린 하얀선까지 밟았다. 주심은 문제 없다고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재응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대로 마운드에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서건창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초구에 곧바로 2루 도루를 감행해 가볍게 성공시켰다. 다음타자의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했다. 이택근은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서건창을 불러들여 선제점을 뽑았다. 너무 쉽게 점수를 내준 허탈감이었을까. 서재응은 박병호에게 좌중월 홈런을 맞고 힘겨운 하루를 예고했다.
이날 넥센 타자들은 염감독이 원하는 야구를 했다. 서건창은 집요한 출루욕으로 루상에 진출했고 후속타자들은 욕심없는 배팅을 통해 주자를 진루시키거나 불러들였다. 이같은 장면은 2회에서도 나왔는데 1서3루에서 김민성의 희생플라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염 감독은 자신의 야구로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프로 첫 승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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