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1381일 만의 화려한 귀환...패배로 빛 바래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3.31 17: 51

그라운드의 '풍운아' 이천수(32, 인천 유나이티드)가 1381일 만에 K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아쉬움보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경기였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천수는 31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4라운드 대전 시티즌과 홈경기서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7분 인천의 해결사로 나섰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시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섀도우 스트라이커 이석현이 뒤로 빠지고 대신 자리를 꿰찼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았다. 빠른 발은 여전했다. 후반 10분 전매특허인 측면 돌파를 선보였다. 수비수 2명을 달고 대전의 측면을 허물었다. 결국 무위에 그치긴 했지만 이천수의 빠른 스피드와 돌파를 본 인천의 홈 팬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후반 14분 프리킥도 도맡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으나 다소 빗맞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20분에는 수비수 1명을 따돌리고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발에 빗맞아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아직은 몸이 덜 풀린 듯했다.
예열을 마치자 본격적으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다. 후반 32분 자로 잰 듯한 코너킥을 올리더니 이어진 공격에서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는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리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42분에는 헤딩 슈팅도 선보였으나 수비에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고대했던 이천수의 복귀전은 그렇게 끝났다.
이천수는 지난 2009년 전남에서 무단 이탈하며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을 감행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코칭 스태프였던 박항서 감독(현 상주 감독), 하석주(현 전남 감독), 김봉수 코치와 갈등을 빚으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거치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이천수는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철회를 받지 못해 한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전남 홈구장을 찾아 팬들에게 사과하며 진정성을 내비쳤다. 당초 강경했던 입장을 고수했던 전남도 마음 문을 열었다. 이천수는 결국 고향팀인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 팬들 앞에 다시 섰다. 팬들은 이천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열띤 환호와 박수 갈채로 영웅의 복귀를 환영했다.
한편 인천은 전반 42분 이웅희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3분 안재준이 만회골을 넣었지만 후반 7분 만에 주앙파울로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3연승에 실패, 5위로 추락했다. 반면 대전은 4경기 만에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하며 최하위에서 9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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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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