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투수였던 우규민, 알고 보니 선발체질?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4.01 06: 27

토종 선발진의 기둥이 되는 것인가.
LG 사이드암투수 우규민(28)이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팀의 개막 2연승을 이끌었다. 우규민은 지난달 31일 문학 SK전에서 5⅔이닝동안 74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1회말 첫 타자 이명기에게 3루타를 맞으며 선취점을 내줬지만 볼넷이 하나 밖에 없을 정도로 흔들리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역시 에러로 인한 위기에도 강한 담력을 선보인 5회말이었다. 우규민은 박진만을 3루 땅볼로 처리하는 듯했지만 예상치 못한 에러로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이후 임훈에게도 유격수 땅볼을 만들었으나 송구 에러로 1사 1, 3루 최악의 위기에서 3루타를 허용했던 이명기와 마주했다.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우규민은 이명기를 4구만에 유격수 땅볼 병살타로 처리, SK의 이날 경기 마지막 찬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후 우규민은 5회 위기 상황을 돌아보며 “현재윤 선배와 우리 팀 야수들을 믿고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 중간, 마무리 투수들을 믿었기 때문에 5~6이닝 정도를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맞이하는 시즌의 시작을 승리로 장식한 소감도 전했다.
우규민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선발투수로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일단 극강의 땅볼 유도형 투수로 내야진만 견고하다면 효율적으로 마운드를 지켜갈 수 있다. 작년 우규민의 땅볼/뜬공비율은 1.72였는데 이는 선발투수만을 놓고 봤을 때 사도스키 나이트 김진우 탈보트에 이은 리그 5위,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을 기준으로 7위에 해당된다. 
지난해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92⅔이닝을 소화한 강철 체력 역시 주목할 부분. 비록 3차례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았지만 지난해 불펜투수 중 우규민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전무했다. 그럼에도 시즌이 진행 될수록 오히려 페이스가 올라갔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1.62를 찍었고 9월부터 등판한 12경기에선 평균자책점 0.66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철벽이 됐다.
우규민은 2009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서 군복무에 임하면서 변신을 다짐했다. 마무리투수로 알려진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선발투수 등판을 자진했다. 그리고 2011시즌 퓨처스리그서 15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로 북부리그 최우수 투수 자리에 올랐다.
1군으로 돌아온 지난해 6월 16일 군산 KIA전에서는 하루 전 긴급 선발 등판 통보에도 7이닝 1실점으로 호투, 자신의 1군 첫 선발 등판 무대서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비록 마무리 투수 봉중근의 왼손 부상으로 불펜진이 흔들리면서 다시 불펜으로 돌아왔지만, LG 코칭스태프는 우규민을 일찍이 2013시즌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시즌 전 부침도 있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이판에서 풀타임 선발투수 전향을 위한 재활 및 체력훈련에 임했으나 연초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해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8일 당시를 돌아보며 “엄청 고민을 많이 했다. 규민이가 허리가 고질적으로 안 좋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근성이 있는 선수고 11월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충분히 통과할 거라 생각했었다”며 “그냥 전지훈련에 데려가자고 하는 코치도 있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다. 규민이가 심적으로 힘들지 모르겠지만 방황하기보다 진주에서 더 굵은 땀을 흘릴 것이라 믿었다. 막판에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해 공을 봤는데 역시 굉장히 좋더라”고 기특함과 동시에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어쩌면 우규민은 한참 전부터 선발투수에 대한 욕심을 숨겨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프로 입단 3년차부터 불펜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평균자책점 1.55를 올렸고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투수로 자리해 17세이브를 기록했다. 2007시즌에는 평균자책점 2.65 30세이브로 고지에 오른 듯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 4강 다툼을 벌였던 삼성을 상대로 피홈런과 실책에 의한 블론세이브를 경험했고 이듬해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우규민이 경찰청 복무를 통해 변신을 꾀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잠시나마 1군 선발투수를 경험하고 난 후 “물론 선발투수에 대한 욕심도 있다. 솔직히 선발로 안 뛰고 싶은 투수가 누가 있겠나. 하지만 팀이 우선이다. 내가 실력이 된다면 선발투수로 뛰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팀에 도움이 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던지려고 한다”고 의연함을 보였었다.
우규민은 올 시즌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몇 승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경기를 끝내겠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야수들이 지치지 않게 빨리 승부할 것이다, 그래야 호수비도 나오고 공격에서 타자들도 잘 친다”고 했다. 거시적인 목표를 잡기 보다는 매 경기서 자신이 정한 방향을 지켜나가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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