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죽지도 않고 돌아온 '벚꽃엔딩' 보고서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04.01 08: 35

작년에 왔던 ‘벚꽃엔딩’이 지지도 않고 돌아왔다. 그것도 음원차트 1위를 휩쓰는 화려한 성적표와 함께 말이다.
엠넷 ‘슈퍼스타K 3’를 통해 얼굴을 알린 버스커버스커가 2012년 3월 29일 1집 앨범 ‘버스커버스커’를 발표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벚꽃엔딩’은 ‘봄’이라는 시기와 맞아 떨어지면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화려한 프로모션이나 공격적인 방송 출연 없이도 부침 심한 음원시장에서 무려 2주 간 1위를 차지했다. 잠시 가시권에서 사라졌던 버스커버스커는 살랑살랑 봄바람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음원차트에 재등장했다. 원곡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리믹스 버전이 아니다.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노래로 버스커버스커는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1위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 이쯤 되면 음원좀비, 차트 1위 장기화

지난 3월 20일, 음원차트에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벚꽃엔딩’이 차트에 진입하는가 싶더니 금세 1위에 올랐다. 일시적인 차트 변동이라고 여겼던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1~3위를 오르내리는 질긴 ‘벚꽃엔딩’의 생명력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4월 1일 오전 7시 30분 현재 ‘벚꽃엔딩’은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 싸이월드뮤직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올레뮤직에서는 2위, 엠넷에서는 5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선전은 음원사이트 관계자들에게 이례적이자 또 유일한 경우로 꼽힌다. 멜론 측은 “버스커버스커를 통해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 조사를 해봤으나 찾을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100위 권 내에 모습을 보였다 사라지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듯 리메이크되지도 않은 노래가 1위에 오른 경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래의 배경인 봄이기 때문에 ‘벚꽃엔딩’이 인기를 얻었다는 분석은 일정 부분 맞다. 하지만 1/4분기 가요계에 이렇다 할 히트곡이 탄생하지 않았던 시기적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엠넷 김기웅 국장은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음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상 적절했다. 봄 노래고 봄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고 거기에 가사, 제목까지 받쳐줬다. 그렇다면 매년 음원차트에 올라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직은 단편적인 현상이다. 내년에도 반복된다면 이는 음악사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 가요계는 패닉, 컴백 앞둔 가수들 “이 정도일 줄이야!”
이례적인 현상에 가요 관계자들은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듯 ‘벚꽃엔딩’의 순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컴백을 앞둔, 혹은 3월 말 ‘벚꽃엔딩’의 상승세와 함께 출격한 가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온, 오프라인을 총동원한 프로모션을 펼치더라도 ‘벚꽃엔딩’의 끗발을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3~4일마다 신곡으로 판이 바뀌는 음원시장에서는 버스커버스커의 영향력이 더욱 크게 체감된다.
한 아이돌그룹 제작사 관계자는 “가요계 트렌드를 예측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적절한 예”라며 “음악 방송 등에서 보여주는 무대 안무만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시대는 끝났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다른 가요 관계자는 “벚꽃이 뜨는 순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벚꽃엔딩’이 차트에 다시 올라올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솔직히 나도 봄이 되니까 ‘벚꽃엔딩’이 생각이 났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때를 잘 타고 나오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스타성, 음악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조미료가 더해지지 않은 샐러드처럼 신선한 인상을 주는 음악이 이지리스닝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부합한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은 신곡을 발표하는 가수들에게는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다. 많은 가요 관계자들은 상위권은 버스커버스커를 포함한 가수들에게 내주고 10위 권 안팎의 순위 다툼을 더욱 치열하게 벌이게 됐다. 하지만 일부는 암울한 단편을 넘어 가요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일러주는 표지판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획일화된 가요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컴백한 가수들은 공격적으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데 열중한다. 매니저들은 방송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업무 외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앨범만 발표하고 두문불출했다. 입소문을 타고 음악 팬들 사이에서 붐을 이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분명 보통의 가수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방송 활동도 하지 않고 1년 전 노래로 차트 1위를 한다는 것. 이 말은 굳이 방송 활동에 연연하지 않아도 여러 요소들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중소형 기획사들이 신인 가수를 육성할 때 좋은 예시가 된다.
물론 버스커버스커가 ‘벚꽃엔딩’을 발표하던 시점은 엠넷 ‘슈퍼스타K 3’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은 상황이었다. 이는 무명 또는 신인 가수와는 다른 케이스지만 이들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감각적이면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발표했고 홈런으로 이어졌다.
한 가요 관계자는 “굳이 방송활동에 연연하지 않아도 시기 등 여러 요인이 연결된다면 굳이 음악 방송이 아니더라도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버스커버스커가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것 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에서 완벽을 매력으로 꼽는 사람은 드물다. 팀의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장범준은 스스로 기타연주를 하며 잡을 수 있는 코드가 많지 않아 곡 진행이 화려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을 정도. 투박하지만 버스커버스커의 음악색이 무엇인지는 확실히 담겼고 이는 강점이 됐다.
버스커버스커의 소속사 청춘뮤직 김지웅 대표는 “최고의 마케팅은 음악이라는 마인드로 음악을 만들었다. 본인들이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좋은 음반을 만들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인기를 분석했다.
김 대표는 “우리조차 음원차트에 다시 등장했는 때 의아했다”며 “성공 비결을 꼽기는 힘들다. 다만 멤버들의 감성을 건드리지 않고 자유롭게 놔뒀던 점이 전략이라면 전략일 수 있겠다. 부담 없이 만들어야 듣기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커버스커는 현재 2집 앨범 작업을 진행 중이다.
plokm02@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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