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형들 다 아프지도 않고 페이스가 좋아요. 올해 기대해보셔도 될 겁니다”.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연습경기를 지켜보던 ‘작재훈’ 정재훈 두산 베어스 전력분석원은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선배 투수들의 올 시즌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도 이들의 컨디션은 한 달 전에도 뛰어났고 이는 개막 2연전에서도 제대로 위력을 나타냈다. 1980년생 트리오 이재우(33)-정재훈(33)-김상현(33)이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핵심요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우와 정재훈, 김상현은 모두 지난 3월 30~31일 대구 삼성 개막 2연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이재우는 30일 1⅓이닝 퍼펙트투로 팀의 9-4 승리를 지켰으며 김상현과 정재훈은 각각 3이닝 퍼펙트 구원승, 1⅓이닝 퍼펙트 세이브로 7-3 승리에 공헌했다.

세 투수 모두 2000년대 후반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들로 힘을 보탰고 부상을 이기고 돌아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2005년 홀드왕(28홀드)-2008년 계투 11승 전력의 이재우는 2010시즌 초반 팔꿈치 부상 이탈 후 두 번의 수술과 재활로 3시즌 동안 단 1승에 그쳤다. 2005년 구원왕(30세이브)-2010년 홀드왕(23홀드) 출신 정재훈은 지난해 어깨 회전근 부상으로 한 시즌 대부분을 재활에 힘썼다.
김상현은 타이틀 홀더 경력이 없지만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가세, 2008년 6승에 이어 2009시즌 7승을 올리며 선발-계투를 종횡무진한 투수였다. 그러나 2010시즌 정강이 골지방종 수술에 이은 2011년 말 팔꿈치 뼛조각 수술로 1군에서 자주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셋 다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이지만 부상으로 인해 힘을 내뿜지 못했다는 점은 두산 투수진의 지난해 고민거리였다.
이제는 다르다. 이재우와 정재훈은 올 시즌 팀의 셋업맨 보직은 물론 마무리 홍상삼의 부재를 대체할 수 있는 ‘듀얼 마무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상 전력이 있는 만큼 이들을 연투 혹사시킬 수 없는 대신 검증된 기량의 두 명을 번갈아 기용하며 과부하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산 계투진 운용책의 중심 전략이다. 김상현은 5선발 후보로도 꼽히는 동시에 홀수 구단 일정에 따라 맙업맨-롱릴리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김진욱 감독은 이재우-정재훈에 대해 “시즌 초반 홍상삼이 돌아올 때까지 이재우와 정재훈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이들이 건강하게 던진다면 지난해 1년을 기다린 보람이 더욱 클 것”이라고 답했다. 김상현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한계 투구수가 적은 편이기는 하지만 제구력이 좋은 만큼 안정적인 투구를 펼칠 수 있다. 5선발은 물론 롱릴리프로도 제 몫을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전지훈련서도 데뷔 이래 가장 좋은 과정을 거쳤다. “건강할 때도 전지훈련에서 140km을 던져본 적이 거의 없다”라던 이재우는 최고 145km, 평균 142~3km의 구속과 안정적인 제구를 유지했다. 원래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대 후반이던 정재훈도 141~2km를 전지훈련서부터 연이어 뿌렸다. 김상현은 일본 라쿠텐 1군전에서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으로 캠프 투수 MVP로 뽑히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의 두각세가 다른 팀보다 강한 두산이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가 되고 선수단 기강을 잡는 베테랑이 없다면 목표에 맞는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다. 팬들에게 보이지 않는 팀 케미스트리가 팀 성적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두산이 부상을 이기고 돌아온 80년생 투수 트리오의 맹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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