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야구' 김시진 감독 한탄 "선수 많았다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4.02 10: 40

"주전과 백업 실력차가 적었다면 돌아가며 써 봤겠죠."
모든 걸 갖기는 힘든 법이다. 하나를 얻으면 나머지 하나를 잃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면 롯데 자이언츠도 이러한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갖췄던 때는 상대적으로 투수력이 약해 4강에 만족해야만 했고, 작년부터 고질병이었던 불펜이 좋아져 투수력이 부쩍 좋아졌지만 이제는 공격력이 약해졌다는 평이다.
때문에 롯데는 지난 겨울동안 새로운 스타 발굴에 한창이었다. 당시 주목을 받았던 신예 선수는 외야수 김대우와 조홍석이다. 팀 내에서 장타력만큼은 최고로 꼽히던 김대우는 타격의 정확성까지 향상돼 올 시즌 주전으로 기대를 모았고, 신인 조홍석은 빠른 발과 수비능력을 인정받아 올 시즌 돌풍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두 선수 모두 개막 2연전에서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김대우는 대타로 한 번 들어가 아웃을 당했고, 조홍석은 대주자로만 잠시 등장했다. 그리고 조홍석은 31일 경기를 앞두고는 2군으로 내려갔다. 그만큼 1군에서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범경기에서는 여러 시험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정규시즌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보다 당장 1승이 더욱 급해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와 같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팀은 인내심을 갖고 신예에게 기회를 주기가 더 어렵다.
롯데 김시진 감독은 이러한 고충을 털어 놓았다. 지난 개막 2연전에서 김 감독은 철저한 믿음의 야구를 보여줬다. 기회를 살리지 못하더라도 그대로 믿고 선수를 기용했다. 그 과정에서 2연승을 거둬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만약 선수가 많았으면 이렇게 했겠나.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가 적었다면 이 선수 저 선수 돌아가면서 써 봤을 것"이라고 말한다.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가 사실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어 김 감독은 "현재 야수진 상황이 그렇지가 못하니 선수를 믿는 수밖에 없다. 타자 9명은 흐름을 이어가도록 타순이 연결 돼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선수를 기용하는 것보다는 일단 주전 선수에 우선권을 줘서 그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김 감독의 포석이다.
롯데 타선은 한화와의 2연전에서 우려와는 달리 유기적인 힘을 보여줬다. 장타는 줄었지만 단타와 뛰는 야구로 효율적으로 득점을 올렸다. 당분간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유효할 전망이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