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증명’ 류현진, 2선발 자격도 증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02 08: 13

모든 것이 변수였다. 녹록치 않은 환경이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26, LA 다저스)은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따냈다. 아직 모든 변수가 걷힌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류현진에 대한 올 시즌 기대치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2선발로 예고돼 3일(한국시간)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물론 잭 그레인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 고려된 선택이기도 했지만 적어도 출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현지에서도 류현진의 데뷔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당초 8명의 선발 투수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한 다저스였다. 후발주자 류현진은 애런 하랑, 테드 릴리, 크리스 카푸아노와 함께 5선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표만 놓고 보면 류현진의 경쟁자는 이들이 아니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 FA 대어 잭 그레인키, 베테랑 조시 베켓, 최근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인 채드 빌링슬리 등 선발 주자들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실력을 증명했다.

기록만 봐도 류현진이 자신의 실력으로 선발 한 자리를 따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7경기(선발 6경기)에 등판해 27⅓이닝을 던졌다. 커쇼(28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이다. 3.29의 평균자책점은 선발 후보 중 가장 좋은 수치다. 커쇼(4.18), 그레인키(5.54), 베켓(7.79), 빌링슬리(7.04)가 다소 고전한 것과 대비되는 것이었다.
피안타율도 1할8푼3리로 선발투수 중 1위였다. 유일하게 2할 미만의 성적을 냈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0.91로 역시 선발투수 중 가장 좋았다. 27⅓이닝에서 총 2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이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20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낸 선수는 류현진과 커쇼(30개)가 유이했다.
여기에 시범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더 좋은 내용을 선보였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경쟁자들이 시범경기 막판까지 기복 있는 피칭을 보여줬음을 생각하면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경쟁자들의 경험과 구위는 무시할 수 없지만 류현진도 류현진 나름대로의 장점을 선보였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맞는 류현진을 2선발로 낙점한 돈 매팅리 감독의 선택에서도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류현진은 또 다른 시험대에 선다. 한 시즌 동안 선발진을 지킬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2선발로 시작함에 따라 좀 더 험난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당초 거론되던 5선발과 2선발은 상대 투수의 질이 다른 까닭이다. 압박감이 심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팀 내 경쟁이라는 만만치 않은 산을 넘은 류현진이다. 하던 대로 묵묵히 전진하면 된다.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지금까지 하나둘씩 깨온 류현진이기도 하다.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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