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센 토크] 종편 예능 그 밥에 그 나물..이대로면 공멸이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4.02 16: 06

MBN을 틀었더니 조형기, 안선영, 이혜정이 나온다. TV조선으로 돌렸는데 여기도 또 조형기, 안선영, 이혜정이 출연한다. 내가 채널을 바꾸지 않은 건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똑같은 패널들이 나와서 비슷한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JTBC, 채널A도 마찬가지.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들 범람과 겹치기 출연. 이것이 요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집단토크쇼의 현실이다.
요즘 우후죽순 제작되고 있는 종편의 예능프로그램은 하나같이 집단토크쇼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각각 프로그램들이 서로 차별성이 있는 집단토크쇼라면 괜찮지만 모두 건강, 이혼, 가족, 고부갈등, 음식 등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여기에 똑같은 패널들의 구성까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 집단토크쇼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만들었기 때문. 종편의 첫 집단토크쇼인 JTBC ‘닥터의 승부’가 평균 시청률 2%대를 기록했고 이어 등장한 MBN ‘황금알’이 3%대까지 시청률을 찍으며 그야말로 종편 방송가에 집단토크쇼 붐이 일었고 현재 종편 4사 채널의 집단토크쇼는 10개가 넘는다.
◆ 그럼 왜 집단토크쇼인가
종편에서 집단토크쇼가 크게 주목을 받으며 트렌드까지 된 이유는 연예인 패널들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얘기를 다루는 동시에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 종편 관계자는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가 식상해질 때쯤 유익한 생활정보를 주는 집단토크쇼가 트렌드를 이뤘다”며 “집단토크쇼는 부부, 친구, 연인, 맛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할 수 있다. 출연진이 단순히 토크를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토크를 통해 정보전달을 하는데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JTBC ‘닥터의 승부’, ‘신의 한 수’, MBN ‘고수의 비법 황금알’, ‘보물섬’,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웰컴 투 돈월드’, TV조선 ‘토크 버라이어티 속사정’ 등 정보와 재미를 주는 ‘인포테인먼트’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종편 집단토크쇼의 주제는 종편 주 시청자층인 40대 이상에 맞춰져 있다. 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의학, 가족, 음식 등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제로 얘기를 풀어가니 자연스럽게 40대 이상의 시청자들이 모이면서 프로그램 시청률이 상승했고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끊이지 않고 제작됐다.
◆ 집단토크쇼 범람으로 경쟁과열, 결국 같이 죽는다
집단토크쇼가 범람하다 보니 이는 프로그램 간에 과열된 경쟁으로 이어졌고 연예계에서 한 말발 하는 연예인들을 섭외하다 보니 겹치기 출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선영, 조형기, 이혜정 등은 ‘집단토크쇼 패널집단’이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송정우 MBN 홍보부장은 “TV조선 ‘모녀기타’ MC가 최은경이고 패널이 안선영, 이혜정 씨다. 모두 ‘동치미’ 출연진이다”며 “출연자를 데려가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 이전투구를 할 수도 없고 각자의 프로그램을 위해서 서로 조심하고 자제할 필요는 있지 않나”고 밝혔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같은 출연자들이 비슷한 얘기를 쏟아내니 내용은 거기서 거기고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왔다.
한 종편 관계자는 “다양한 맛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같은 메뉴를 팔고 있으면 손님들은 외면하고 이는 곧 전체적으로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종편이 시청자들을 확장시키고 영역을 확장시키는데 어렵다”며 “항상 상황을 주시하고 그것에 맞게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 베끼기와 겹치기 출연은 종편사들이 함께 손잡고 낭떠러지로 가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종편이 개국한 지 이제 1년이 좀 넘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종편이 최소한 서로 깎아내리는 행위는 자제, 이제는 콘텐츠 경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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