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져서 이기겠다".
대망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하루 앞둔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류현진은 2일(이하 한국시간) 개막 25인 엔트리에 포함돼 다저스의 일원으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처음으로 치렀다.이날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완봉 역투와 결승 홈런에 힘입어 4-0으로 승리,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날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본 류현진은 "역시 커쇼가 에이스다웠다. 완봉했으니 잘한 것 아닌가. 특히 제구가 좋았다"며 라커룸 TV에서 리플레이되는 커쇼의 경기 장면을 보며 "정말 멋있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메이저리그 첫 경기였지만 그는 "아직 실감이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야 정말로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는 것을 실감할 듯하다.

데뷔전 상대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개막전부터 무기력한 영봉패를 당했지만, 류현진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앙헬파간(중견수) 마르코 스쿠타로(2루수) 파블로 산도발(3루수) 버스터 포지(포수) 헌터 펜스(우익수) 브랜든 벨트(1루수) 안드레스 토레스(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유격수)로 이어지는 베스트 라인업을 짰다.
그러나 경기 내내 커쇼의 칼 같은 제구와 강력한 구위에 눌리며 산발 4안타로 막히고 말았다. 1번 파간과 3번 산도발이 2안타씩 멀티히트를 쳤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무안타로 침묵했다. 좌투수 킬러로 유명한 포지도 삼진 1개 포함 3타수 무안타로 막혔고, 테이블세터 스쿠타로도 삼진 1개에 4타수 무안타로 맥을 못췄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타선의 힘은 파괴적인 수준은 아니다. 팀 홈런이 103개로 리그 최하위였고, 장타율도 18위(0.397)에 그쳤다. 장타력 자체가 뛰어난 팀은 아니다. 하지만 팀 타율 5위(0.269) 출루율 8위(0.327)로 짜임새있는 타격이 강점이다. 베테랑 테이블세터와 젊은 중심타선이 강점이다.
이날 경기를 덕아웃에서 지켜본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 타선에 대해 "글쎄, 잘 모르겠다"며 웃은 뒤 무득점으로 침묵한 것과 관련해서 "타자들은 그날 그날 컨디션이 달라진다"는 말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타자들의 경우 사이클이 있기 마련인데 오히려 전날 침묵한 타선이 이튿날 터질 수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다.
한편, 돈 매팅리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잘 던질 것이다.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했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의 선발 맞상대는 샌프란시스코 좌완 투수 매디슨 범가너. 류현진은 "아마 투구수 100개가 안 되게 던질 것 같다"며 첫 경기부터 많은 공을 던지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데뷔전을 앞둔 마지막 각오에 대해 류현진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나. 잘 던져야겠다, 이겨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에서 건너온 괴물 투수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어떤 투구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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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