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도 속이 편치 않은, 절체절명의 승리였다. 서울이 후반 막판 생지옥을 겪으며 ACL서 승점 3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3차전 베갈타 센다이전서 2-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서울은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E조 선두를 꿋꿋이 지켰다.
서울은 베스트 라인업에서 고요한 대신 최효진, 김용대 대신 유상훈을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개막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수비진의 중추를 교체하며 강한 의지를 보인 것. 최용수 감독의 강한 의지가 맞아떨어졌는지 서울은 이날 경기서 일찌감치 터진 선제골을 지켜내며 ACL 2승째를 챙겼다.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 보였고 마지막에는 골키퍼가 퇴장당하는 사태까지 맞으며 1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우선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정도 팀을 추스를 수 있었던 일전이었다.

초반부터 센다이를 밀어붙인 서울은 전반 5분 만에 에스쿠데로가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오타 요시아키와 디오고의 연속 공격을 막아낸 후 곧바로 역공에 들어가 얻어낸 득점이었다. 몰리나의 어시스트를 슈팅으로 연결한 에스쿠데로의 첫 골은 센다이의 기선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전반 14분 상대 미드필더 량용기를 수비 진영에서 놓치면서 실점으로 이어질뻔한 기회를 내준 것. 다행히 수비진이 걷어냈지만 충분히 1-1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위기 상황을 넘긴 서울은 점수차를 벌리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추가골이 터졌다. 김진규가 왼쪽 페널티 박스 모서리에서 낮게 찬 직접 프리킥이 하야시 다쿠토 골키퍼의 정면으로 흘렀지만, 상대 골키퍼가 이를 놓치면서 공이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간 것. 서울의 승리를 예감케하는 행운의 골이었다.
이른 시간에 2-0으로 리드하며 안정을 찾은 서울은 전체적으로 무리 없이 경기를 풀어나갔다.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위기를 자초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 39분 무렵까지 실점 없이 잘 막아내며 그대로 승리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수비 불안이 결국 실점을 부르고 말았다. 후반 39분 최현태가 수비 진영으로 공을 돌리려다가 실수를 범했고, 상대 공격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막아줄 수비수가 없는 상황에서 유상훈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 바로 앞쪽까지 달려나왔고, 이 상황에서 센다이의 공격수 윌슨과 충돌하고 말았다.

주심은 단호하게 레드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날 경기 서울 최대의 고비가 시작됐다. 교체카드 3명을 이미 모두 쓴 상황이었고 퇴장당한 포지션은 심지어 골키퍼였다. 당장 PK를 막을 사람이 없었다. 최현태가 급한대로 골키퍼로 나섰으나 키커의 슈팅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윌슨에게 PK로 한 골을 내준 서울은 필사적으로 1골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분 1초가 피말리는 시간이었다. 결국 추가 실점 없이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서울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승부를 승리로 마무리짓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진땀승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승리였다.
costball@osen.co.kr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