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야왕’(극본 이희명, 연출 조영광)이 지난 2일 방송을 끝으로 24회 여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최종회를 가득 채운 잦은 회상 장면과 뒤늦은 내면심리 묘사, 석연찮은 인물의 최후가 시청자로부터 빈축을 샀다.
‘야왕’은 지난 2일 방송에서 특검이 된 하류(권상우 분)가 살인 혐의를 받는 영부인 다해(수애 분)를 몰락시키는 과정을 그리며 인과응보 결론으로 최종 마무리 됐다. 다해는 결국 대통령과 갈라서며 영부인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비난과 조롱을 받는 것은 물론, 의붓오빠 주양헌(이재윤 분)으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때 다해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한 것은 하류로, 다해를 향해 돌진하는 주양헌의 차에 대신 몸을 던지며 하류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눈을 감는 건 차에 정면으로 들이 받친 하류가 아닌 다해였다. ‘야왕’은 이날 방송 말미 하류가 깨어난 상황을 그리며 다해와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을 끝으로 엔딩크레딧을 올렸다. 이에 대해 ‘야왕’ 시청자 게시판 및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는 죽음의 당사자가 하류가 아닌 다해인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글들이 폭주했다. 하늘까지 치솟았던 다해의 신분상승 욕망이 재기할 수 없는 바닥으로 떨어진 그 자체가 다해의 죽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화면상으로 등장한 인과론을 무시한 결과에 시청자의 항의가 이어진 것.

뒤늦은 내면심리 묘사도 마뜩잖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야왕’은 최종회에 이르러서야 다해가 그간 끝없는 악행을 저지르며 신분상승 욕망에 불타올랐던 이유를 비로소 드러냈다. 엄마에게 버려져 고아원에서 자란 다해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며 “미움 받지 않기 위해 먼저 미워했고, 밟히지 않기 위해 먼저 짓밟았다”는 이유를 밝힌 것. 하지만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그간의 악행에 비해 그 원인이 너무나 “궁색하다”는 반응을 주로 드러냈다. 극 중반부 다해의 멈추지 않는 악행 사이 등장했다면 인물을 이해하는 데 그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반응도 눈에 띄었다.
최종회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잦은 회상신 역시 석연치 않다. ‘야왕’은 하류와 다해가 주양헌의 차에 치인 뒤 혼수상태에 빠진 두 사람이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어린 시절을 주로 등장시키는 것으로 극의 분량을 채웠다. 또한 하류와 다해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지낸 시절을 비롯해 점차 멀어지게 된 과정 역시 회상신으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더 이상 진전시킬 것 없는 스토리에 시간끌기용 재삽입이라는 의견이 다수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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