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야왕’이 지난 2일 방송을 통해 24회분에 걸친 복수극을 마무리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다해(수애 분)의 비참한 최후와, 그런 그를 안타깝게 그리워하는 하류(권상우 분)의 모습이었다.
‘야왕’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헌신했던 하류가 끝내 버림받고 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신분상승 욕망에 불타오르던 다해를 몰락시키기 위해 아귀다툼 하는 과정을 담은 치정멜로 드라마. 극 초반 호스트 생활을 자처하는 하류의 비참한 모습과, 과거를 숨긴 뒤 재벌가 아들 도훈(정윤호 분)과 새 삶을 시작하는 다해의 모습이 강한 대조를 이루며 복수극에 탄성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딸과 아내를 위해 밑바닥 생활을 감수하는 하류의 헌신이 배우 권상우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와, 성공을 위해 악녀를 자처하는 다해의 표독스러움이 배우 수애의 안정된 연기와 만나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월화극 1위 자리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야왕’은 극 중반부부터 허술한 전개가 이어지며 복수극이 갖는 매력을 반감시키고 말았다. 그룹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대한 비밀은 문틈 사이로 엿듣고, 사건 해결의 키를 쥔 인물은 우연히 마주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캐릭터의 매력이었다. 다해는 신분상승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벌가 안주인, 영부인 등 세워놓은 목표를 어떻게든 성취하고 마는 ‘수퍼우먼’으로 그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납득 보다는 무리수 전개가 이어지며 드라마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 같은 모습은 다해의 악녀성을 극대화시켜 하류의 복수심을 정당화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여주인공 캐릭터를 비웃음거리로 만드는 치명타가 됐다. 끝없이 높아지려 하는 다해의 내면 심리가 묘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감대 없는 도돌이표 악행은 시청자로부터 여주인공을 지지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를 제공했다.
하류 역시 절치부심 속에 신분을 세탁한 변호사가 됐지만, 다해에 비해 한참은 빈약한 맞대응을 펼치며 헛발질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렇다 할 역전극을 펼치지 못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다해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상대를 이용해 신분상승 욕망을 채웠던 것처럼, 하류 역시 백학그룹 장녀 도경(김성령 분)을 끌어들이는 모습으로 복수에 정당성을 잃는 뼈아픈 실책을 범했다.
‘야왕’은 첫 방송에서 사상 초유의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을 그리며 애증으로 똘똘 뭉친 하류와 다해가 총구를 겨누는 장면으로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극 후반부 펼쳐놓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용두사미 결말로 퇴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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