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동안 어쩌다보니 제 타석에서 찬스가 생기더라고요. 지난해에는 제 앞에 기회가 나면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4할5푼5리 고타율에 득점권 타율이 1. 게다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야구 센스와 빠른 발을 지녔다. 이미 전지훈련지에서 일본 프로팀을 상대로도 맹활약, 야수 MVP로 뽑히며 기대감을 높인 허경민(23, 두산 베어스)이 1년 전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허경민은 지난 2일 SK와의 잠실 홈 개막전에서 7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2루타 2개)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7-3 승리와 개막 3연승에 일조했다. 특히 앞선 타자 오재원의 2타점 중전 안타로 2-0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바뀐 투수 문승원의 공을 당겨 상대 수비 시프트를 비웃는 좌익수 방면 1타점 2루타를 때려낸 것은 결정적이었다.

광주일고 시절 ‘수비력은 또래 중 최고’라는 평을 받았고 2008 캐나다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 당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허경민은 2009년 두산에 2차 1라운드 입단한 뒤 이듬해 곧바로 경찰청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마쳤다. 1군 첫 시즌이던 지난해 허경민은 92경기 2할6푼6리 14타점 9도루로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일말의 아쉬움도 있었다. 성실하고 야구에 대한 의욕도 확실했으나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너무 심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문제였다.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허경민에 대해 “가진 재능이 많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다만 자신의 실수를 너무 두려워해 기회가 있을 때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아쉬워했다. 고교 1년 선배 서건창(넥센)의 성공을 바라보며 기뻐하면서도 부러워하는 데 만족했던 허경민. 그 허경민이 지금은 달라졌다.
“주변의 칭찬에 제 스스로 크게 들뜨지 않으려고 합니다. ‘개막 엔트리에 들 것’이라는 언질이 왔을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요. 그리고 지난해 지적받았던 점을 보완해 좀 더 자신감 있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김진욱 감독은 시범경기를 마치고 개막 엔트리를 제출하며 허경민에 대해 “유독 경민이 앞에 득점권 기회가 있더라. 경민이가 올해 ‘쇳복’이 있을 것 같다”라며 야수진에서 의외의 활약을 해줄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다. 3경기 동안 허경민 앞에 차려졌던 타점 기회 밥상은 두 번. 허경민은 그 두 번의 식탁을 싹 비웠다.
“예전에는 제 앞에 득점 기회가 온다는 것이 부담이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마음을 달리 먹고 찬스가 오면 ‘그래, 쳐 보자’라는 생각으로 스윙하고자 합니다”.
허경민이 경찰청에 복무하던 시절 현재 팀 주전 유격수인 손시헌은 자신의 10년 후 후계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허경민을 지목한 뒤 “야구도 예쁘게 하고 발도 빠르다. 공수주 두루 나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진 유격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의 현재가 일찍이 점지했던 허경민은 자신감이라는 양분을 섭취하며 쑥쑥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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