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는 선수에게 있어서 팀 내 입지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비주전 선수들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 주전급으로 도약을 하고자 한다. 반면 주전 선수들은 시범경기를 통해 여러 실험을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올 시즌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 쉐인 유먼(34)과 작년 주전 마무리투수 김사율(33)의 부진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유먼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2패 평균자책점 5.92, 김사율 역시 4경기 1패 평균자책점 13.50으로 나란히 부진했다.
유먼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구속이 안 나왔다.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는 1회 130km 초중반대의 직구를 던졌다. 작년 최고 150km의 공을 던졌던 것과 비교해보면 추운 날씨 탓만을 하기에는 구속이 너무 안 나왔다. 제구에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김사율은 4번의 등판 가운데 3번은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단 한 번, NC전에서 뭇매를 맞은 것이 걸렸다.

역시 베테랑들에게 시범경기란 말 그대로 여러 실험을 하는 무대일 뿐이었다. 유먼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5km로 궤도에 올라왔고 투구수는 98개로 다소 많았지만 NC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전매특허인 서클 체인지업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로 재미를 봤다. 구속 역시 날씨가 풀리면 차츰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추운 날씨 탓인지 조금씩 공은 높았지만 NC 타자들을 잠재우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경기 후 김시진(55) 감독은 "유먼이 시범경기에 안 좋았지만 작년 팀 내 최고승 투수 아닌가. 시즌 들어가면 잘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잘 던질 줄 알았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중간계투로 보직을 옮긴 김사율 역시 롯데가 치른 3경기에 모두 등판해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사직 한화전에서 9회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김태균에게 동점타를 맞긴 했지만 작년 34세이브를 올렸던 모습 그대로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다. 직구 구속은 140km 초반 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낙차 큰 커브와 포크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던 유먼과 김사율.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변함없는 활약으로 롯데의 올 시즌 마운드 변수를 확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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